곽결호 전 대한토목학회장, 전 환경부 장관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우리가 이룩한 산업화와 경제성장, 민주화와 지방자치, 교육입국과 과학기술발전이 빛이라면 우리사회를 찢어 놓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환경문제가 그림자라 할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갈등 백화만발(百花滿發)의 시대를 살고 있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간의 이념갈등은 치유와 화합의 한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간의 계층갈등은 종래 절대선으로 신봉되어 온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에 대하여 본질적 의문을 던져주고 있다. 동반성장과 경제민주화란 용어가 이를 반증한다. 기업경쟁력이냐 인간 존엄성이냐라는 이분법적 노사갈등은 그 골이 더욱 깊어만 가고 있다.

여기에 영남과 호남간의 해묵은 지역갈등과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도시와 농촌간의 부(富)와 문화수준의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벌어지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가속화 되면서 세대간의 갈등 또한 국가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부모가 남긴 유산을 둘러싸고 골육간에 벌어지고 있는 불화와 투쟁이 재벌가와 전직 국가지도자 등 사회지도층에서 부터 평범한 가정에서도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음도 안타까운 일이다.

생각과 언행이 나와 같지 아니하면 편을 갈라 죽기살기로 대결하는 양태는 권력을 쟁취하고 유지하려는 데서 연원하고 재물앞에서는 천륜(天倫)도 인륜(人倫)도 설땅을 잃고 있는 것은 물질문명속의 배금주의(拜金主義)가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魏)나라를 세운 조조(曹操)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조비(曹丕)가 문재(文才)가 뛰어나 그의 아버지 조조의 총애를 받아 왕위 후계를 둘러싸고 경쟁을 벌였던 동생 조식(曹植)을 죽일 요량으로 "내가 일곱걸음을 뗄 동안 시제(詩題)는‘형제(兄弟)’로 하되 형제란 말을 빼고 시를 짓지 못하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다."라고 명하면서 조식이 지은 이른바 칠보시(七步詩)가 생각난다.

煮豆燃豆(자두연두기) 공깍지 태워서 콩을 삶으니,
豆在釜中泣(두재부중읍) 가마솥에 있는 콩들 눈물흘리네.
本是同根生(본시동근생) 본래에 생기기를 같은 뿌리였는데,
相前河太急(상전하태급) 서로를 들볶음이 이다지도 성급한가.

이러한 정치적, 사회적 혼돈의 와중에서도 우리의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포화상태인 내수 수요, 선진국의 경기침체, 국제경쟁에서 빠른 속도로 우리를 뒤따라 잡고 있는 중국을 포함한 선발 개도국의 발전속도에 비추어 전망은 밝지 못하다.

우리의 건설산업은 어떠한가? 2011년 해외건설 수주액이 590억달러에 이르고 2012년 해외건설 수주 목표액을 700억달러로 늘려 잡고 있는 바와 같이 비록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되 순항하는 해외건설을 빼고는 국내 건설시장은 그야말로 죽을 쑤고 있다.

여기에 토건국가론으로서 개발독재, 자연파괴와 환경오염, 부동산 투기와 부패사슬 등을 들면서 국토개발의 폐해를 주장하고 있는 학자와 정치인들의 비판적 견해는 복지우선정책과 함께 국내건설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눈을 밖으로 돌려보자. 21세기 인류가 당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자원과 에너지의 고갈,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이다. 지구 환경이 악화된 것은 18C 산업혁명 이래로 산업발전과 경제성장과정에서 자원과 화석연료의 남용, 유해물질의 자연계에로의 무제한적인 배출, 열대우림을 포함한 삼림자원의 남벌을 불러온 산업화와 인구증가 및 도시화가 그 원인이 되어 왔다.

환경문제의 본질은 그 중심에 있는 인간의 삶의 방식과 환경에 대한 인식과 직결된다. 환경문제는 보다 나은, 보다 편리한 삶을 끝없이 추구하는 인간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고는, 또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가 위계서열(位階序列)이 아닌 유기적(有機的) 관계를 맺고 있는 환경이 인간의 탐욕 때문에 급속도로 파괴된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인식하지 않고는 해결할 수 없다.

환경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公共財public goods)이기 때문에 일찍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생물학 교수였던 가렛 하딘(Garrett Hardin 1968)은”공공재에서의 자유는 그것을 누리는 모두에게 파멸을 초래한다”라는 공유의 비극(共有의 悲劇Tragedy of Commons)논리를“공동목장의 비극”을 예로 들어 설명하였다.

즉 주인이 없는 공동목장에서는 누구나 개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가축 수를 경쟁적으로 늘리게 됨으로써 초지(草地)가 황폐화되고 종국적으로 모든 가축이 굶어 죽게되는 비극을 맞게 된다. 이기적 존재로서의 사람들이 자신은 비용을 부담하지 않고 공공재인 환경을 마구 사용하려는 무임승차자(無賃乘車者free rider) 속성때문에 환경이 악화됨을 경고하고 있다.

또한 환경은 이른바 환경용량(環境容量environmental capcity)을 초과하는 해로운 영향이 가해지면 급속도로 악화되고 더러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 이른다.

“연못에 수련(水蓮)이 자라고 있다. 수련이 하루에 배로 늘어나 29일째 되는 날 연못의 반이 수련으로 덮혔다. 아직 반이 남았다고 태연할 것인가? 연못이 수련에게 완전히 점령되는 날은 바로 다음 날이다”

가속과 지수성장 시대의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물질적 풍요를 위하여 이용과 착취의 대상이 되어 온 환경의 가치를 인류의 생존과 번영의 기본요소로 새롭게 인식해야 함을 알게 한다.

어떤 개인도, 사회도, 국가도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밖에 없다. 어떤 문명도 미래를 준비하지 않으면 사라지고 만다는 것은 역사가 말한다.

이른바 정치의 계절이다. 세계는 급변하고 미래는 불투명한데 우리가 어렵게 이룩한 근대화의 업적을 찬란하게 이어갈 화합과 통합의 리더십, 원칙과 정도(正道)의 리더십, 부강한 나라를 만들어 갈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토목기술이 문명의 발달을 뒷받침하고 문명의 발달이 또 다른 건설수요로 이어지는 선순환 없이는 우리가 이룩한 자랑스런 역사의 수레바퀴가 더 힘차게 앞으로 나아갈 수 없음을, 그리고 악화된 환경을 개선하고 파괴된 자연을 복원함에도 토목기술과 건설산업이 그 중심적 역할을 하게됨을 이해시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제공=대한토목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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