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2일 단독 회담을 가져, 양측 회담내용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22일 이후 8개월만인 이번 회동은 박근혜 후보의 대선 후보 당선 이후 첫 회동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청와대 백악실에서 열린 이날 오찬에는 박 후보측에서는 최경한 비서실장·이상일 대변인이 참석했고 청와대에선 하금열 대통령실장·이달곤 정무수석·최금렬 홍보수석 등이 배석했다.

이날 회동은 이명박 대통령의 박 후보 대선후보 당선 축하 인사말로 시작됐다. 새누리당에선 이번 회담을 통해 박 후보가 대선공약에 대한 정부 지원을 이끌어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 후보가 공약한 대학 반값 등록금, 0-5세 무상보육 등에 대해 예산이 많이 들어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후보 측은 이 대통령으로부터 공약 실천과 관련된 지원 약속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양자 회동은 정치적 의미에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로 박 후보로선 당의 통합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의 힘을 빌려야 한다.

지난 4.11총선 때 김무성 등 상당한 비공천자 인사들이 탈당을 하지 않고 총선에 협조한 것은 당시 청와대의 만류 등이 큰 이유였다.

특히 非朴계 후보들의 통합에도 이명박 대통령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정치권의 분석이다. 박 후보는 현재 아직 당내 비박계 의원들의 협조를 얻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 있다. 특히 완전국민경선을 요구하다 거절당하자 경선에 불참했던 정몽준·이재오 의원과는 아직 불편한 사이다.

이번 양자 회동은 특히 수도권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이기 위한 방법이 될 수 있다. 2007년 경선 당시 이 대통령은 수도권에서 박 후보를 큰 차이로 이겼다. 이 대통령의 지지층을 끌어안으며 열세를 보완할 계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당적 이탈을 하지 않은 점도 이와 관련된 맥락에서 보면 좋다. 역대 대통령의 탈당 시기는 노태우 1992년 9월 민주자유당 탈당, 김영삼 1997년 11월 신한국당 탈당, 김대중 2002년 5월 새천년 민주당 탈당, 노무현 2007년 2월 열린우리당 탈당을 했다.

현직 대통령의 탈당 명분은 무엇보다 대선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킨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여기에 더불어 현직 대통령의 레임덕이 대선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는 이유도 있다.

때문에 본인 스스로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당에서 요구하는 것이 상례로 돼 있다. 어쨌든 지금까지 현직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탈당하는 것이 하나의 과정처럼 되어 있었다.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이 탈당을 하지 않는다면 첫 케이스가 되는 셈이다.

이 대통령이 박 후보를 지원하면 박근혜 후보의 당선에 유리하다. 이 대통령이 박 후보를 견제하거나 방치할 수 있는 카드는 얼마든지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어떤 점으로 보다 박근혜 후보를 지원해 주는 것이 퇴임 후 자신의 신병 처리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과거 김영삼 대통령 시절 이인제 후보가 출마해 450만 표 득표를 함으로써 DJ를 당선시킨 사례가 있다. 현직 대통령의 파워가 그만큼 차기 대권에서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정가의 지적이다.

李·朴 두 사람의 회동이 갖는 정치적 의미는 정권의 계승을 말해준다. 그러니까 정권교체가 아니라 사람을 바꾸는 것 뿐이다.

따라서 정권 계승 후에 대폭적인 물갈이가 축소될 가능성이 많다. 뿐만 아니라 정책적인 면에서 큰 변화가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박근혜 후보는 대선공약으로 대변화를 약속했다. 그러나 여야가 정권교체 하는 경우와는 다르다. 이번 이·박 회동에서는 정치적인 면보다 외교·민생·치안 문제에 중점을 뒀다는 뒷얘기다. 여기에서 박 후보는 대일관계에 조언을 하거나 서민들의 생활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따른 정부의 대책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여당의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를 지지하고 박 후보가 이 대통령의 최근 대일 행보에 힘을 실어주며 ‘윈윈’하는 모양새를 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을 내놨다.

제1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 경선이 진행 중이고 안철수 원장의 출마시기가 임박한 시기에 현직 대통령과 여당 대선 후보의 만남 자체가 적지 않은 정치적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이·박 회동 자체가 정치적 지원 성격을 지니고 있는 만큼 부정적 비판의 공세를 늦추지 않고 있다. 이·박 회동이 대선의 정치적 의미보다는 국민들의 민생문제 해결에 무게를 더 갖는 회동이 될 것에 국민의 기대가 크다는 점을 지적해 둔다.

지금 국민은 더위와 태풍 피해에 시달려 정치에 무관심한 상태다. 그러나 이번 대선이 국민의 행복에 얼마나 도움을 줄 수 있느냐에 초점을 두고 관망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에 취임하고 나면 그 이전에 공약한 것을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 지금까지 되풀이되어 왔다. 이번 양자회동이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을 주는 회동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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