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민심이 사납고 쌀쌀한 우리사회에 한가닥 희망의 소식이 들려왔다.

6·25때 이불 한 채만 들고 월남했던 김순전(89) 할머니가 100억대 재산을 연세대학교에 선뜻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사람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있다. 김 할머니는 굶기를 밥 먹듯 하고 속옷까지 기워 입을 정도로 절약해 모은 돈을 “학비 없어 공부 못 하는 아이들을 위해 써 달라”며 내놓은 것이다. 아직도 우리사회 곳곳에 선의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는 좋은 소식이다.

요즘 언론매체에서는 연일 쏟아지는 성폭력 사건, 묻지마 살인사건 등으로 어느 것 하나 명랑한 소식을 찾아볼 수 없었다.

김 할머니가 밝힌 기부금은 서울 광진구 중곡동의 자택 등 4건의 부동산과 예금 등 100억원에 달한다.

김 할머니는 1923년 황해도 장연군 순택면에서 태어났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딸이 무슨 공부고, 학교냐'는 집안 분위기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했다. 김 할머니는 "나도 잘할 수 있다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아무도 들어주질 않았어요. 아침마다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는 오빠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지요"라고 말했다.

6·25전쟁 통에 부모 형제와 헤어진 김 할머니는 남편과 함께 남쪽으로 내려왔다. 김 할머니 가족이 가진 건 덮고 잘 이불 한 채가 전부였다. 서울에 정착한 김 할머니는 장사를 하며 열심히 돈을 모았다. 김 할머니는 "버스비 아끼려고 후암동에서 동대문까지 매일 걸어 다녔어요. 말 그대로 배가 고프면 허리띠를 졸라맸지요"라고 했다.

그렇게 모은 돈으로 김 할머니는 건물 한 채를 마련했다. 건물 임대만으로도 가족이 먹고살기엔 문제가 없었지만, 가족들이 “이제는 좀 여유를 부려도 되지 않느냐”고 해도 김 할머니는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또순이'처럼 평생을 살았다. 60여 년 동안 악착같이 모은 전 재산을 기부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이웃사랑의 표본인 것이다. 예수님과 부처님같은 마음을 가진 김 할머니는 현대사회의 진정한 ‘영웅’이다.

지난 3일 서울시 복지상 대상을 수상한 뉴질랜드 출신 안광훈(71.천주교 삼양동 선교 본당)신부의 삶에서도 김 할머니와 똑같은 희망의 빛을 확인하게 한다. 안 신부는 탄광촌 주민 철거민 달동네 세입자를 위해 온몸을 바쳤다. 그 과정에서 자신도 재개발로 세 번이나 살던 집에서 쫓겨났다.

안 신부는 지금도 다세대 주택 전셋집에서 승용차, TV, 휴대전화 조차 없이 지내며 저소득층 소액대출사업에 헌신하고 있다. 강원도 전선에서 빈자를 위해 信協을 설립한 안 신부는 1980년대 철거민을 위해 헌신한 것이다. 지금도 삼양동 달동네에서 이웃사랑을 펼치고 있는 안 신부는 “적은 돈 때문에 애를 먹는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봤다"며 저소득층 대출을 위해 주민들과 함께 한 계좌당 100원씩 모아 '정선신용협동조합'을 세웠다. 43년의 그의 이웃사랑은 모든 사람을 감동시키고 있다.

이 두 사람의 이웃사랑이 우리 사회를 밝게 비추는 희망의 등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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