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작은 결혼식’시대가 오고 있다.

중앙부처 장·차관 38명, 공정거래위원장(장관급), 금융통화위원장(장관급)이 “내 자식부터 가까운 사람들만 초청해 검소한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행정을 전담하는 15개 부처 장·차관 전원과 공정거래위·금통위 수장이 한목소리를 낸 것은 건국이래 처음일 것이다.

호화결혼식, 사치스러운 예물·예단·신혼집값 문제 등은 결혼 당사자는 물론 혼주와 하례객 모두를 힘들게 하는 것이 지금까지 결혼식이었다.

사실 누구나 자기 자식 귀한 줄은 알고 있다. 지금까지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명분으로 호화결혼식을 통해 집안의 위세를 과시하는 경쟁적인 호화결혼식이 유행해 왔다.

이에 대한 폐단이 너무 커서 사회악이란 말까지 나돌았다. 우선 신랑·신부 결혼식 비용이 너무 컸다. 결혼반지·시계 등 예물이 너무 엄청나서 일반 서민들은 염두도 못 낼 정도 였다.

거기에 아파트까지 포함하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른다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평생을 모아도 장만하지 못할 금액이다.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도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는데 청첩장을 마구 남발해 하객을 유치하는 것도 또한 문제가 된다. 정부 관리의 경우 결혼식 축하금이 하나의 교제비처럼 통용되고 있었다는 지적이다.

결혼식은 두 남녀가 평생 고락을 같이 할 짝을 구해 사랑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이지 일종의 ‘세(勢)’과시나 사업이 될 수 없다.

고위 공직자들이 대거 작은 결혼식 실천을 약속한 데에는 김황식 국무총리의 공이 큰 것으로 알려 졌다.

김 총리는 국무회의에서 “공직자들이 솔선수범해야 결혼문제가 바뀐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고위 관리들이 작은 결혼식을 약속한 것은 그릇된 결혼 풍조를 바꿀 수 있는 사회적 큰 실험”이라고 말했다.

이들 정부 관리들의 작은 결혼식은 여성가족부의 ‘1000명의 작은 결혼식 약속’에 동참한 셈이다.

박재완(57) 기획재정부 장관은 “결혼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인 만큼 시작은 각자가 0.5씩 버려야 살아가면서 하나를 두 개로, 세 개로 불려 나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주호(51)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정부차원에서 여러 대학과 협의해 대학캠퍼스를 예식공간으로 개방하도록 독려하고 있는 데 이미 20개 대학이 혼쾌히 캠퍼스 개방을 약속했다”고 했다.

봉두완 생활개혁실천협의회 의장은 “쉽지 않은 결단이었을 텐데 고위공직자들의 용기에 마음이 흐믓하다”면서 “이번 서약의 파급력이 단순히 공직 사회를 넘어 기업체 임원 기업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에게 확산돼야 한다”고 했다.

가을 결혼 시즌을 앞두고 ‘작은 결혼식’이 우리사회에 아름다운 새 풍속도가 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혼은 신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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