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철인데 농산물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이는 올여름 한반도를 잇달아 강타한 태풍 때문이다.

지난달 신선식품 지수는 지난해 같은달 대비 8.6% 상승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추석 이후 연말까지 밀가루 값은 2분기 보다 30.8%, 전분은 16.3%, 두부는 10.8%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주부들은 생식품과 가공식품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장보기가 어렵다”고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관계 전문가들은 “농산물 가격이 식탁 물가를 급격히 끌어 올리는 에그플레이션(agflation)이 이미 시작됐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같은 ‘에그플레이션’을 일으킨 원인은 무엇보다 미국에서 발생한 5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이다. 지난달 21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시내로부터 남쪽 80㎞ 떨어진 교외 농장에서 한 농부가 밭의 콩을 살펴봤다. 추수가 2~3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올해는 수확량이 좋지 못해 표정이 밝지 못했다. 원래 수확기 콩밭은 줄기가 가지런히 자라 있어야 하는데 올여름 혹독한 가뭄에 시달린 작물은 높이가 들쭉날쭉했다. 농부는 일주일 전 옥수수 수확을 마쳤다. 올해는 지난해 보다 20% 이상 떨어진 140~150부셸 수준에 그쳤다.

미국에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은 농산물 가격 급상승으로 이어졌다. 올해 2분기 옥수수 가격은 부셸당 8달러를 돌파했다. 밀도 지난 7월 초부터 5주 동안 가격이 평년 대비 50% 이상 폭등했다.

지난달 21일 오전 세계 곡물 가격을 좌우하는 시카고 선물(先物)거래소. 장이 열리기도 전인 오전부터 각국에서 온 선물거래 중개인들로 북적거렸다. 거래가 시작되자, 장내는 금세 총탄 없는 전쟁터로 돌변했다. 중개인들은 “사겠다”는 수신호를 날렸다. 10분도 지나지 않아 거래소 바닥은 중개인들의 매입 가격을 적은 종잇조각들로 뒤덮였다.

이날 옥수수 거래가격은 7.6달러, 밀은 9달러에 거래됐다. 예년보다 20~30% 높은 수준이다.

다음 원인은 전 세계적인 곡물 수요 증가다. 중국에서 밀, 콩 등 곡물수요가 급격히 늘어나 곡물가 상승을 부추겼다. 중국은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돌아섰다.

곡물가격 상승은 전 세계적인 식품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농업 관련 분석가들은 “가뭄과 개발도상국 곡물 수요 증가 등으로 인해 올해와 내년 밀·쌀·콩 재고량이 19.6% 감소하고 향후 최소 12개월간 애그플레이션이 지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곡물가격 상승에 대비해 정부 당국은 절약과 생산증가 등 갖가지 대비책 마련이 시급히 요청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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