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험지수44..리먼사태후 최고치

경기 침체로 인한 수익률 하락 우려로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이 리먼 사태 이후 가장 악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0일부터 24일까지 16개 국내은행 여신업무 총괄 담당자를 대상으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를 조사한 결과, 올해 4분기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지수는 44로 전 분기(31)보다 13포인트 상승했다고 4일 밝혔다. 이는 리먼 사태 직후인 2009년 1분기 47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한은 관계자는 "내수 부진과 수익성 저조 등으로 도소매·음식숙박업과 건설·부동산·임대업 등 과밀하고 취약한 업종에 대한 신용리스크 경계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하지만 대내외 경기 둔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로 경쟁력 있는 성장 유망업체와 개입사업자 위주의 대출은 완화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4분기 국내은행의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3으로 전 분기(6)보다 3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완화적인 기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중소기업의 대출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내은행이 예상한 4분기 중소기업의 대출수요지수는 25로 전 분기(13)보다 12포인트 증가했다. 경기 및 내수 위축 등으로 유동성 확보가 원활하지 못한 데다 연말 등 계절적 요인으로 4분기 운전자금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낮게 받고 있어 자금을 굴릴 데가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며 "향후 중소기업의 신용위험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돈을 적극적으로 안 빌려 준다든지, 빌려준 돈을 회수하는 상황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특히 국내은행은 중소기업과 함께 가계의 신용위험도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4분기 가계 신용위험지수는 38로 2003년 3분기 44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최근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담보가치가 감소하는 가운데 경기 둔화로 다중 채무자 등 취약계층의 채무상환능력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국내은행은 가계주택자금에 대해서는 대출태도가 소폭 완화세(3)로 돌아서는 반면 일반 자금의 경우 신중한 자세(-3)를 지속하겠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가계주택자금 대출수요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와 유동화 조건부 적격대출 취급은행 확대 등으로 증가(6)로 돌아서고, 일반 자금은 소비 심리 위축 등으로 중립(0)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한편 대기업 대출은 유럽 재정위기를 비롯한 대외 여건의 높은 불확실성 등으로 수출 모멘텀이 약화되면서 신용위험지수가 9에서 16으로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대기업의 대출 수요는 여유자금 확보 차원에서 꾸준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은행들은 대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를 중립(0)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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