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소지는 생활이다. 사용하는 것은 경제활동이다. 일상생활에서 카드를 빼면 얘기가 안된다. 성인이라면 지갑 안에 적어도 몇 개는 가지고 다닌다. 그것이 후불인 신용카드냐 선불인 체크카드냐 또는 현금카드냐 하는 사용성격상 차이는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카드를 떠난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이란 생각할 수 없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현대사회에서 생활화된 카드가 쓰이지 않는 곳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게 놀라운 일이다. 첨단학문을 익히고 실천하는데 앞장서야 할 대학사회가 그렇다니 더욱 놀라울 뿐이다.

보도에 따르면 등록금 카드 납부제를 실시하는 곳은 전국대학 3곳 중 1곳에 불과했다. 국회 민병주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제출받은 '2012년 대학별 등록금 분할납부 및 카드납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329개 대학 중 109개 대학(33.1%)만이 등록금 카드납부제를 실시하고 있다. 전국에 있는 대학 가운데 67%가 등록금수납에 카드사용을 거부하고 현금만 받는 다는 얘기다.

카드를 받는 학교는 국공립대의 경우 49곳 중 37곳인 75.5%가, 사립대는 280곳 중 25.7%인 72개 학교 뿐 이었다. 이 제도를 이용하는 학생은 2만9004명으로 총금액은 772억원. 이들 대학의 카드납부 수수료 총액은 8억3300만원으로 추산됐다.

카드납부 수수료율은 0%에서 최고 3.3%까지 천차만별이었다. 1~1.9%인 학교가 51개교(50.5%)로 가장 많았고, 0%인 학교도 29개교(28.7%)에 달했다.

이 같은 현상은 등록금 카드납부제가 학생들에게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카드가 왜 대학사회에서는 통용이 안 되는지 면밀히 분석하고 답을 찾아야 한다.

그 이유가 수수료부담을 줄이기 위한 학교당국의 얕은 처사라면 그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을 찾아야할 것이다. 학기 초가 되면 등록금 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수많은 학부모와 학생들의 마음을 헤아린다면 이 문제는 반드시 풀어야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카드등록제를 시행하고 납부기간도 2~3개월이 아니라 6개월 또는 1년까지 길게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주는 대학일수록 대학 평가에 가중점을 주면 어떨가? 또 입학정원 조정이나 지원금배분 등 실익이 따르는데 배려해 준다면 이 제도 확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대학도 카드사와 협의하여 서로 윈윈하는 전략을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등록금 낼 때 편의를 제공하는 카드사라면 재학생과 교직원 모두 그 회사 카드를 우선적으로 사용토록 하고 총동문회도 이에 협조한다면 더욱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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