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아름답다. 험악한 세상에 감동을 주는 사랑의 사도가 있다”17일자 조선일보 보도“자장면은 사랑이다”의 주인공 이야기가 우리의 가슴을 따뜻하게 해준다.

“1년만에 드신다는 자장면 만드는 재미, 얼마나 좋은지 아시나요?”

지난 13일 낮 12시 강원도 원주시 단계동의 한 복지관 지하식당에 위치한 10개의 테이블에 독거노인들을 위한 자장면 200그릇이 놓였다. 이날 자장면 '요리사'는 김영문(51)씨다.

그는 한 장애인단체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전하며 한달에 120만원을 버는 '봉고 운전기사'다. 아내가 장애인 활동 보조일을 해서 80만원을 보태, 부부의 한 달 수입은 200만원. 산 밑 20평짜리 흙집에 살면서 이 돈으로 그는 1990년 사업 실패로 진 빚 2000만원을 나눠 갚고, 주말이면 원주 시내에 위치한 35개의 복지관을 돌면서 자장면을 만들어 대접한다. 그가 10년간 만든 자장면은 한 달에 평균 세 번, 200여 그릇씩 7만2000여 그릇이다.

그가 이같은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된 건 1990년 사업 실패 직후다. 농사꾼 집안의 7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그는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전기 기술을 배웠다. 1988년엔 회사까지 차렸지만 사기를 당해 그 당시 8000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 그의 아들은 두 살이었다.

김씨는 “오히려 가족들에게 짐이 된다”고 생각해, 자살을 시도했다. 병원 갈 돈도 없어 가족들이 비눗물 등으로 위세척을 했다. 하루 만에 깨어났는데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었지요. 이 목숨은 덤으로 얻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덤으로 얻은 목숨인 만큼, 죽으려 했던 힘을 다해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죠"

이후 미용학원에서 운전기사로 새롭게 일하게 된 그는, 학생들이 미용봉사를 가야 하는데 차가 없단 얘기를 듣고 첫 봉사에 나섰다. 처음엔 차만 태워주겠다고 했지만, 그는 자신의 전기 기술을 활용해 집을 고치고, 바리깡으로 어르신들의 머리를 밀었다. 그는 "봉사를 가보니 알겠더라고요. 돈이 없다고 세상이 끝난 게 아니라, 건강한 몸으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게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장면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봉사 10년 차이던 2002년이다. 우연히 시켜 준 자장면을 장애아동이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다. "스무 살 때 200원 주고 먹은 내 생애 첫 자장면이 기억났어요. 뭐니 뭐니 해도 자장면은 서민들의 별미 아닙니까. 이 가난한 서민들에게 자장면 한 그릇이 주는 기쁨을 나눠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요".

문제는 비용이었다. 김씨는 비용절감을 위해 소개받은 중국 음식점 사장에게 다섯달 간 틈틈이 자장면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자장면 200그릇을 15만원에 만들 수 있는 절감법을 배운 것이다.

김씨는 이제 35군데로 늘렸다. ‘자장면 한 그릇의 기쁨’을 나눠주기 위해서다. 이 김씨의 행동은 예수의 마음과 같다. ‘믿음, 소망 그 중에 제일은 사랑’이라는 선구가 생각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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