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직 사퇴문제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학내 갈등으로 사임 압력을 받아왔던 서남표 한국과학기술원 총장이 ‘내년 3월 자진사퇴’하겠다고 밝혔으나 교수협의회와 학생회는 '즉각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사퇴를 둘러싼 공방이 다시 불붙은 것이다.

서 총장은 2006년 7월 취임한 이후 6년간 테뉴어(정년보장) 심사 강화를 시작으로 성적에 따른 학생 등록금 차등 부과, 100% 영어강의 등 강도 높은 개혁을 단행했다. 그의 개혁은 KAIST 울타리를 넘어 국내 대학 개혁의 불씨를 당겼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독단적 개혁과 불통의 리더십이라는 반발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어났다.

서 총장이 중도하차하게 된 계기가 된것은 지난해 1∼4월 연이어 발생한 학생 4명의 자살 사건이었다. 당시 학부 총학생회는 “성적에 따른 등록금 차별 부과와 100% 영어강의 도입 등 무한 경쟁이 자살을 불렀다”고 주장했다.

카이스트 교수협의회는 특허도용 등 각종 의혹을 제기했다. 경종민 교수협의장은 “형식에 치중한 개혁으로 내외부의 지지기반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음에도 언론과 정치권에 홍보만 해왔다”고 말했다. 특히 서 총장의 ‘테뉴어’ 심사 강화는 정년을 보장받지 못한 교수들을 위협했고, 등록금 차등 부과는 학생들의 불만을 샀다.

서 총장은 또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조성된 지 40년이 지났지만 원천기술이 하나도 없다”며 과학계 전체를 자극하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50여 년 만에 한국에 돌아온 그를 적극적으로 변호해줄 지인이나 학맥은 없었다. 카이스트의 예산권을 손에 쥔 교육과학기술부와의 불화는 서 총장의 행보에 제약을 걸고 말았다.

그는 온라인자동차 사업과 글로벌 프로젝트 등 대형 사업을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에 직접 건의해 성사시켰다. 이에 과학부가 발끈했다. 서 총장은 청와대와 이사회 도움으로 2006년 정부출연 연구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교과부 반대에도 연임에 성공했지만 감정의 골은 깊어졌다.

문제는 경쟁을 강조하는 개혁조치가 지나치게 일방통행식으로 이뤄져 교수와 학생의 반발을 불렀다는 점이다. 그 결과 학내 분규가 벌어져 그의 개혁드라이브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왔다. 조직의 개혁은 리더가 홀로하는게 아니고 구성원들과 함께 하는 것임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했다. 교수와 학생들과 대화하면서 이들을 설득해 자발적인 참여 의욕을 북돋우는 ‘소통의 리더십’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카이스트는 서 총장 개인의 소유가 아니다. 총장 교체와 무관하게 앞으로 과학기술교육연구 중심대학으로서 자기혁신을 게을리하면 안된다. 지나친 교수협의회와 학생들의 행동도 자제하면서 서로 소통하는 학내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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