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에 걸친 6.25전쟁이 끝나고 휴전된 게 1953년 7월이다. 그때 초등학교 1학년이었다. 지방도시에 있는 학교 인근엔 지역에서 가장 큰 고아원이 있었다. 우리반 60여명 가운데 3분의 1이 넘는 20여명이 이 고아원에 사는 전쟁고아들이었다. 교실은 부족하고 아이들은 넘쳐 났다. 전쟁 통이라 아무리 힘들고 어렵다 해도 아이들 공부는 쉴 수 없기에 운동장 가에 군에서 쓰는 24인용 텐트를 치고 가마니를 깔았다. 겨우 책만 펼 수 있는 간이 책상이 있는 임시교실 수십 채를 지었다.

1학년은 아침, 낮, 오후반으로 나눠 3부제 수업을 했다. 점차 학년이 오르면서 2부제를 하다 4학년이 돼야 비로소 교실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전쟁으로 모든 것이 부서지고 먹을 게 없던 시절이었다. 그때 미국을 비롯한 우방국들이 도와주지 않았다면 우린 어찌 됐을까? 생각해 보면 아찔하다.

당시 미국은 대한민국을 돕기 위한 특별법(미공법 480호)을 만들어 밀가루 찐 우유등 온갖 식료품과 의류 학용품 등 많은 구호물자를 보내주었던 것이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지금도 감사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지난주 서울에서 아프리카를 돕기 위한 포럼과 한-아프리카 장관급 경제회의가 각각 개최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 황식 국무총리는 "우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세계로부터 받았던 도움을 아프리카를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이 마땅한 책무"라고 밝혔다.

김 총리는 포럼 환영사에서 "한국의 발전경험과 원석과도 같은 아프리카의 잠재력이 조화를 이룬다면 양측이 공동번영의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고 확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 간에 보다 긴 안목을 갖고 멀리까지 함께 달리는 지혜로운 관계로 발전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은 어느 나라든지 지금의 우리처럼 발전할 수 있다는 굳은 신념이 있다"고 말했다.

김 성환 외교통상부 장관도 개회식 기조연설에서 "3년 전 제2차 포럼에서 공약한 것과 같이 우리 정부는 그동안 봉사단 1000명 이상을 아프리카에 파견했고 올해 공적원조(ODA) 지원 규모는 2008년 대비 2배로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헐벗고 굶주렸던 시절로 되돌아 가보자. 그때 나 같은 꼬마들은 미군이나 지나가는 군용차가 보이면 “헬로 헬로 쪼코레트 기브 미 먹던 것도 좋아요”를 목이 터져라 외치면서 그들을 쫒아갔다. 행여 과자봉지나 먹을 게 들어있는 깡통(C레이션)을 던져주면 그것을 받아들고 얼마나 좋아 했던지...

이렇게 어려운 가운데 자라난 꼬마는 10여년이 흐른 후 60년대 후반 20대가 돼 군에 입대했다. 군 복무 중 국가의 명을 받아 월남(베트남)전선에 투입됐다. 어린 시절이 생각나 작전에 나서거나 업무 차 부대 밖을 나갈 때는 꼭 담배나 먹을거리를 조금씩이나마 챙기곤 했다. 10여년전 미군들로부터 받은걸 그곳 아이들에게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베푸는 대열에 적극참여 하지는 못하지만 마음만은 항상 가지고 있다. 앞에서 인용한 아프리카 포럼이나 경제장관 회의도 상호 돕는 방안을 모색하는 모임이다. 그런 기회를 자꾸 만들어서 지구촌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데 우리나라가 좀 더 적극성을 띄우면 좋겠다. 국가는 국가대로 민간단체는 단체대로 각자 위치에서 더욱 활성화하길 기대한다. 또 국민들은 이제 우리의 이웃이 된 주변의 다문화 가족들에게 더 신경을 쓰자는 생각이다.

김 총리가 지적한대로 이제 우리는 충분히 베풀만한 위치에 와 있다. 월드 컵 4강, 올림픽 5위, 세계 10위권 경대대국 .......이런 게 거져 된 것이 결코 아니다. 전쟁의 폐허로부터 우리를 돌봐준 수많은 지구촌 이웃이 있었기에 온갖 어려움을 헤쳐 나올 수 있었다. 그후 60여년 우리민족은 참으로 열심히 살아왔다. 그런 결과로 오늘날 이만큼 이룰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여유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조금만 마음 쓰면 위기를 넘길 어려운 이웃들이 지구촌엔 너무나 많다. 6.25당시 직접 군대를 보내준 16개국을 비롯 여러 형태로 우리를 도운 전 세계 60여개 국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제 지구촌 가족을 도와야하는 게 우리가 해야 할 당연한 도리이자 책무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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