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데타가 일어났다” 20일 오후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녹색기후기금(GCF) 2차 이사회에서 한국이 GCF 사무국 유치 국가로 결정되자 유럽의 한 이사국 대표가 탄식처럼 내뱉은 말이다. 당초 기후변화 분야 세계 2위의 원조 규모를 자랑하는 독일의 유치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독일을 뒤집기가 쉬운 일이 결코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 한국 송도의 유치에 대해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라는 평가를 했다.

사실은 한국이 지난해 12월 남아프리카 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제17차 유엔 기후변화 협약당사국총회에서 GCF 사무국 유치 의사를 밝혔을 때만 해도 해외는 물론이고 국내에서도 유치 가능성을 높게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독일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필두로 서독의 수도였던 본을 유럽의 ‘기후변화 거점’으로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고, 24개 GCF 이사국 가운데 유럽국가가 9개국에 달해 누구나 독일의 승리를 예측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해 초부터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대륙별 이사국들의 여론 흐름을 주시하며 분위기 반전을 모색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은 6월 브라질에서 열린 유엔 지속가능발전 정상회의 등을 전후해 GCF 이사국 정상들과 ‘맨투맨’으로 접촉하며 한국의 GCF 사무국 유치 필요성을 알렸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은 각종 국제회의에서 각자의 카운터파트를 접촉하며 유치전에 나섰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국제기구 유치 경험이 많은 독일이나 스위스의 장점을 역이용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유럽 선진국에 집중된 국제기구의 지역 불균형을 해소해야 하며 그런 측면에서 한국의 유치가 필요하다는 논리를 집중적으로 편 것이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달 16∼18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CF 유치국 평가위원회 회의가 열렸고, 그 결과 한국 독일 스위스 3개국이 유치와 관련한 전 평가항목에서 ‘충족(Green Light)’ 점수를 받았다.

1차 관문을 넘은 것이다. 이때부터 정부 차원의 총력전이 시작됐다. 특히 이사회 투표가 열리기 열흘 전부터는 24시간 비상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청와대는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어 그때까지 이사국을 접촉한 결과를 토대로 ‘판세 분석’에 들어갔다. 그런데 부처별로 판세 분석 결과가 조금씩 달랐고 이때까지도 표심을 읽을 수 없는 이사국이 6, 7개국에 달했다. 이대로 가면 필패라는 위기감이 확산됐다.

이 결과를 보고받은 이 대통령은 필수 일정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일정을 GCF 유치에 다걸기(올인)했다. 우선 이사국에 친서를 보내고 틈만 나면 전화를 걸어 6, 7개국 정상과의 핫라인 외교에 나섰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국가에 대한 공략도 병행했다. 결국 대역전 드라마가 현실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결과가 나오자 “우리가 해냈다”라는 한마디를 하게 됐다.

이번 GCF의 한국 유치는 또 하나의 한국 외교 승리를 가져다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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