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목표와 대상 불일치..운영 경직성 심각

▲ 고령자 가구 소득분포 현황과 기초노령연금 수급률. '고령자 포함 가구'는 65세 이상 고령자를 한 명이라도 포함한 가구(27.8%), '고령자만의 가구'는 65세 이상 고령자와 그 배우자만으로 구성한 가구(58.8%). ( )안의 수치는 균등화된 가구가처분소득기준 분위에 따른 수급률 추정치임. (제공=한국개발연구원)

취약 고령층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기초노령연금이 빈곤 정도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당초 정책목표와 수급대상이 맞지 않은 모순이 빚어지고 있다.

고령자 당사자 경제력만 선정기준으로 고려하다보니 부유한 자녀와 살아도 그대로 수급이 이뤄지고, 고령자의 경제력이 변화해도 수급비율이 조정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5일 '기초노령연금의 대상효율성 분석과 선정기준 개선방안'을 통해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 간 사각지대를 줄이고, 단기적으로는 빈곤고령자의 노후소득보장 사각지대를 완화하는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발제를 맡은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정책현안팀장은 "기초노령연금의 선정기준은 동거자녀의 경제력을 함께 고려하고, 인구비율이 아닌 빈곤 정도에 따라 연동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동거자녀의 경제력을 고려하는 경우에도 부양의무자 규정으로 공공부조 사각지대를 보완한다는 취지도 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정책현안팀장은 "제도 설계방식이 '취약고령층 지원'이라는 본래 취지와 부합하는지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실제 수급가구가 원래 의도한 표적가구와 일치하는지, 대상집단 변화를 반영하는지 여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혔다.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이 분석한 기초노령연금의 대상효율성 평가에서 고령자 포함 가구 중 소득 최상위에 속한 가구의 54.2%가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 가구 소득분포 현황과 기초노령연금 수급률' 도표를 보면 소득 2, 3, 4분위 수급률도 자녀와 동거하는 경우 각각 86.7%, 83.4%, 81.1%로 높은 반면 고령자만의 가구는 각각 75.9%, 58.9%, 35.7%로 정보 접근성면에서 다소 낮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8년에 도입된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과 기초생활보장제도 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실제는 빈곤노인의 소득보장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또 가구 경제력을 고려하지 않고 고령자 경제력만을 선정기준으로 사용해 부유한 자녀와 같이 살아도 그대로 지급이 이뤄지고, 정작 지원하기로 했던 빈곤고령자는 소외를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초노령연금은 65세 이상 인구 중 소득과 재산 기준 하위 70%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고령자만의 가구는 정보에 어두워 신청률이 저조하고, 65세 이상 고령자이면 누구나 신청을 하다보니 부유층에도 지급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초노령연금 신청도 주민센터나 국민연금공단 지사에 가서 신청해야 하는데 자녀의 대리신청도 가능한 점이 접근이 어려운 노인만의 빈곤가구는 다소 소외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정책현안팀장은 "정책당국은 현재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는 빈곤노인의 신청률을 개선하기 위해 노인인구 대비 70%라는 수치적 목표 달성에 노력을 기울이는 구조"라며 "선정기준액은 70%에 최대한 가까운 근사치가 실현되도록 책정하는데 빈곤가구의 신청률이 낮은 것을 고려해 70%보다 부유한 노인가구까지 포함해 70%를 맞추도록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기초노령연금법에 명시된 '수급비율 70%'를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를 놓고 담당부서를 추궁하다보니 어떻게든 끼워맞추기식의 행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

윤 정책현안팀장은 "70%로 설정한 것은 정책당국의 성과지표를 왜곡시켜 취약층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노력할 유인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정치권이 70% 수급비율 준수에 관심을 집중하기 때문에 보건복지부는 신청률을 예측해 수급비율이 70%에 가까워지도록 소득인정액을 맞추는 데 역량을 투입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윤 팀장은 또 "기초노령연금이 수급자 수를 빈곤기준이 아니라 '고령자 중 70%'로 설정해 놓다보니 고령자 전반의 경제력이 변해도 수급비율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이 또 문제"라며 "복지패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상효율성과 경직성 측면의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상당 비율의 부유층에 기초노령연금 혜택이 주어지고 있는 반면 복지자원의 접근성이 열악한 가구가 소외를 받고 있다는 것.

윤 팀장은 "가구소득 최상위 10분위 고령자 포함 가구의 54.2%가 기초노령연금을 수급한 데 비해 저소득층 2, 3, 4분위의 수급률은 78.2%, 68.1%, 58.1%에 불과하다"며 "국민연금의 정착과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로 기초노령연금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 전망이지만 한동안 양 제도간의 사각지대가 생길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확한 타깃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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