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이 끊긴 노인들에겐 한 푼이 아쉽다. 집 장만하고 자식들 가르치고 키우느라 버는 대로 다 썼다. 노후문제는 생각도 못해 봤다. 아이들이 성장하니 결혼 밑천으로 집을 처분했고 모아 논 재산도 없다. 자식들 눈치 보며 겨우 겨우 죽지못해 살아가는 처지다. 주변엔 이런 분들이 적지 않다. 노령화사회가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우리사회의 현실이다.

이런 형편에 기초노령연금은 대단히 귀한 혜택이다. 이 돈은 현재 65세 이상 전체 노인의 70%를 대상으로 매달 최고 9만4600원(부부수급 기준 최고 15만1400원)이 지급되고 있다. 이런 귀한 돈이 도마 위에 올랐다.

한국개발연구원 (KDI) 분석에 따르면 제도 자체에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고령자가 포함된 가구소득 최상위 가구의 54%가 기초노령연금을 받은 반면 저소득층가구의 수급율은 58~78%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꼭 받아야할 사람 중 빠진 분이 많다. 반면에 없어도 좋을 분들의 절반이상이 수혜자라는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한 운영은 기초노령연금의 대상효율성과 경직성 측면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KDI는 "가구 경제력을 고려하지 않고 고령자 경제력만을 선정기준으로 사용해 부유한 자녀와 세대를 같이 하는 고령자를 배제할 수 없다"면서 "수급자수가 빈곤기준이 아니라 '고령자 중 70%'로 설정돼 고령자 전반의 경제력이 변해도 수급비율이 조정되지 않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한 분석과 지적에 동의한다.

어렵게 사는 노인들의 생활안정을 지원하고 복지증진을 위해 마련된 귀한 자금이 이렇게 방만하게 비합리적으로 운영돼도 좋은 것인지 의문이다. 한 달에 겨우 10만원안팎 주는 하찮은 금액인데 뭘 그러냐할지 몰라도 결코 그렇지 않다. 신문지나 넝마 줍기에 의존할 만큼 사정이 핍박한 분들에겐 이 돈은 생명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노인가구의 경우 정보력 부족으로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에 비해 기초노령연금을 신청하는 비율이 낮아 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많은 것도 문제다. 잘못 운영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빨리 손쓰는 게 정상이다.

보건복지부는 정치권 눈치 보느라 수급비율 70%에 매달려 소득인정액 맞추는데 급급할 게 아니라 합리적인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 KDI 지적대로 제도 존치 여부를 포함한 역할 조정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비록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생계유지를 위해 꼭 필요한 노인들에겐 적정수준으로 올려 줘야 한다. 대신 없어도 되는 상위소득자들에겐 안주는 게 정상이 아닌가?

국가정책이나 제도의 운영은 상식선에서 출발해야 한다. 상식이 통하면 모든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초노령연금이 정책목표와 합당하게 운영의 경직성을 벗어나 빠른 시일 안에 합리적인 수준에서 재조정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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