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날자가 43일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아직 TV토론회를 언제 하겠다는 계획조차 없다. 국민들은 후보들이 맞붙어 토론하는 모습을 빨리 보고 싶어 한다. 서로 상대방을 헐뜯는 모습만 멀리서 보긴 이제 지쳤다. 아무리 간 큰 후보라도 한자리에서 얼굴을 마주 대하고는 차마 지나친 얘기는 못할 것이다. 아무래도 점잖을 떨며 최소한의 예의는 지킬 것이기 때문이다. 서로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정당하게 논리적으로 대통령이 되면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운영해 나가겠다는 소신과 포부를 듣고 싶다. 이건 우리국민들이 후보들에게 바라는 최소한의 기대치다. 이른바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빅3후보는 이같은 국민의 소박한 기대를 져버려서는 안된다. 이런데도 대선을 앞둔 방송 3사의 후보 TV토론회가 무기한 연기되거나 유보된 가운데 이에 대한 책임을 놓고 대선후보 간 공방만 난무하고 있다.

대선후보 TV토론회는 과거와 달리 선거가 40여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인데도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아직 개최여부와 시기에 대해서도 합의된 바가 없다. 따라서 언제 어떤 형태로 이뤄질지 국민의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안철수 후보 측 정연순 대변인은 4일 브리핑을 통해 KBS 순차토론 무산과 관련, 박 후보에 대해 "과연 3자토론도 아닌 자신의 입장과 국정방향을 밝히는 순차토론도 거부하는 후보가 국민 앞에서 국정을 이끌어가는 지도자로서 자질과 능력이 있는지 대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후보 측 신경민 미디어단장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무조건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방송사 연속초청 토론을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분명한 것은 세 후보 중에 한 명(박 후보)이 여러 형식을 이유로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을 걸어서 무산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근혜 후보 측 이정현 공보단장은 기자들과 만나 안 후보 측에 대해 "우리는 확정된 후보이기 때문에 아직 확정되지 않은 후보들의 의견을 먼저 들어보고 우리가 하겠다는 의견을 냈을 뿐"이라며 "이렇게 흑색선전과 사실이 아닌 것에 네거티브 한다"고 비난했다.

TV토론을 두고 아전인수격 여야의 공방을 보는 유권자들의 마음은 답답하기만 하다. TV토론을 하겠다는 방송국도 많고 후보들도 많은데 도대체 왜 그게 안 되는지 아연할 뿐이다.

한편 지난 1997년 대선에는 54회의 공식 TV토론을 포함해 총 100여회의 후보자 초청토론이 개최됐었다. 2002년에는 10월초부터 후보단일화토론, 선거운동기간 중 법정토론 등 모두 27회에 이르는 TV토론이 있었다. 2007년에는 공식 선거운동 전 8회를 포함해 11회의 대담 및 토론이 이뤄졌다.

그러나 올해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측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 간 단일화가 논의되는 중 3자 토론은 의미 없다며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힌 가운데 KBS가 추진하던 순차토론까지 무기한 연기되면서 14일과 15일 예정됐던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순차토론도 무산됐다.

MBC도 세 후보 측에 특집 100분토론 초청공문을 보냈으나 공문발송 당일 박 후보와 안 후보의 무응답으로 인해 유보됐다. SBS도 5~7일 '특집 SBS 대선후보 초청 대담'을 추진했다가 후보들의 응답이 늦어지자 편성을 7~9일로 연기했지만 결국 박 후보의 불참으로 무산됐다.

빠른 시간 안에 여야가 합의하여 토론회가 정상적으로 이뤄지길 바란다. 매일 주요 뉴스시간에 많은 사람 모아놓고 이러쿵 저러쿵 목소릴 높이는 것만 보니 짜증난다는 국민들이 의외로 많다는 사실을 각 후보와 선거캠프관계자들은 유념했으면 좋겠다. 매일 접하는 날선 공방보다는 한자리에서 펼치는 여야후보의 말을 듣고 사람을 평가하겠다는 국민의 염원을 저바리지 말길 당부한다. 각 후보별 고정표도 중요하지만 대세를 결정하는 건 아무래도 아직 방향을 놓고 저울질하는 부동표라 할 것이다. 그들이 어느 쪽으로 기우느냐? 그들을 내 쪽이 되게 하느냐 아니면 상대에게 뺏기느냐 하는 건 순전히 자신에게 달려 있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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