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한계성·평등성·환경오염 문제 등 해결책 모색
이종호 2013대구세계에너지총회 조직위 사무총장 인터뷰

▲ 이종호 2013대구세계에너지총회 조직위 사무총장(사진=김윤배 기자)

[일간투데이 선태규 기자] “에너지는 가난, 여성인권, 아동보호와 같은 글로벌 이슈들을 해결하는 데 필수불가결하며, 이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황금실(Golden Thread)과 같습니다.”

인간이 머리를 싸매고 해결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 고민하는 모든 문제들은 ‘에너지’로 풀 수 있다는 데, 왜 세계 최대의 ‘에너지 총회’에 쏠리는 관심은 월드컵이나 올림픽 등에 미치지 못할까. 서글서글한 인상에 가끔씩 눈웃음으로 ‘즐거운 진지함’을 드러내 보이는 이종호 사무총장(2013 대구세계에너지총회 조직위)은 반기문 UN사무총장의 ‘에너지 황금실론’을 꺼내들면서 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 긴요함에도 불구하고,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답답함을 묻어냈다.

이 사무총장은 WEC(World Energy Congress)한국위원회가 지난 2008년 멕시코에서 열린 집행이사회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덴마크 등을 제치고 총회 한국 유치에 성공하는 쾌거를 거뒀으나, 이에 대한 정부나 국민의 미적지근한 반응도 아쉬웠던 듯했다.

이 삭막한(?) 현실이 관련 예산 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조직위에서 대구총회를 위해 20억원의 예산을 지식경제부에 신청했으나, 9억원으로 절반 이상 삭감됐고, 이마저도 완전히 깎여나갈 처지에 있는 것이다.

‘내일의 에너지를 위한 오늘의 행동(Securing Tomorrow's Energy Today)’이란 총회 취지가 파도에 모래사장 깎여나가듯 정부의 무성의한 냉담함 속에 사라질 위기에 직면해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에너지 3대 난제 해결책 모색

이번 총회는 에너지 3대 난제인 ▲에너지 한계성 ▲에너지 평등성 ▲환경오염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가 관건이다.

“전세계 에너지의 87%가 화석에너지로, 이건 언젠가 완전히 소모됩니다. 이 한계성을 대체하기 위해 신재생에너지로 가는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에너지 한계성)

“전세계 13억 인구가 에너지혜택에서 소외되고 있습니다. 이를 극복할 방안이 필요합니다.”(에너지 평등성)

이 사무총장에 따르면 에너지 한계성은 선진국의 관심사고, 에너지 평등성은 후진국의 관심사다.

“선진국은 클린에너지를 쓰고 싶어하고, 후진국은 값싼 에너지를 쓰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값싼 에너지를 쓰면 환경이 오염되고 지구온난화 문제가 생깁니다. 선진국과 후진국간에 이해가 상충되는 것입니다.”(환경오염 문제)

이 사무총장은 총회 셋째 날, 선진국과 후진국간의 장관급 회담을 각각 한 차례씩 마련해 둔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자원고갈, 환경오염 및 기후변화가 에너지로부터 발생해 인류의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 체제로의 전환과 미래 지속 가능한 에너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 사무총장의 고민은 우리 후손들에 대한 깊은 염려까지도 담고 있었던 것이다.

◆세계 각국 에너지 VIP 5000명 참석...1조4000억원 경제유발 효과 전망

세계 최고 권위의 에너지 총회 특성상, 이번 회의에는 각국의 정부 고위관계자, 주요도시 시장, 업계 대표 등 5000여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조직위는 이들을 그에 걸맞게 맞이하기 위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주제와 관계없이 회의 분위기를 띄워줄 연사(Fire Starter)로 각국 총리급을 초청할 계획이다. 그날의 회의 주제를 요약하고 분위기를 고양시킬 기조 연설자(Keynote Speecher)도 물색하고 있다.

조직위는 각 세션별 주제발표자, 소회의별 연사 등 총회기간 내내 300여명의 유력 연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현재 40여명을 확보해 둔 상태다. 또 전시공간도 1층(1만5000m²)만으로는 부족할 것으로 예상해, 3층과 야외(7000m²)에 추가 공간을 마련했다. 직·간접적으로 1조4000억원의 경제유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서울에 비해 기반 시설 열악...경주까지 숙박시설 확보

참석자들 대부분은 세계 어디를 가든 최고급 호텔의 스위트룸을 쓰는 VIP급 인사들이다. 조직위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숙박 및 교통편이 부실할 경우 대구를 알리고, 한국을 알리는 이번 행사가 자칫 역효과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에서 이번 행사를 한다는 게 제일 어렵습니다. 대구에는 대형호텔도 없고, 있어도 별 다섯 개 짜리 특급호텔이 없고, 서비스도 서울에 비해 떨어집니다. 또 서울에 비해 접근성도 좋지가 않죠.”

이 사무총장이 준비과정에서 느꼈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구 전시컨벤션센터인 EXCO의 작은 규모, 관광 및 쇼핑 여건 등 인프라 부족도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조직위의 초기 준비과정은 대부분 이 문제 해소에 집중돼 있었다. 조직위는 대구에 호텔을 중심으로 1200실, 인근 경주에 호텔 1200실을 각각 확보해 뒀으나, 모텔급 1200실을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다. 대구와 경주간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교통편과 관련, 인천-대구간 비행기편을 2편 증설할 계획이다.

“대구가 이번 행사를 통해 세계적인 에너지도시로 이름을 날리고, 한국의 에너지 국격이 높아질 수 있도록 행사 준비에 만전을 다할 것입니다.”

이 사무총장은 총회를 준비하는 자의 자부심을 그렇게 드러냈다. 총회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종호 사무총장 주요 경력
-1973년 서울 환일고 졸업
-1980년 인하대 기계공학과 졸업
-1994년 현대엔지니어링 해외영업본부 부장
-2011년 현대건설 연구개발본부장(전무)
-2012년 한국전력공사 입사(전무)
-2012년 2013대구세계에너지총회 조직위 사무총장

▲ 김중겸 조직위원장(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달 11일 열린 대구세계에너지총회 D-365일 기념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제공=대구세계에너지총회 조직위)

“전세계 에너지 리더들, 대구에 대거 집결하다.”

내년 10월13일부터 5일간 개최...‘에너지 올림픽’ 명성

세계에선 22번째로, 아시아에선 세 번째로 세계에너지총회(WEC, World Energy Congress)가 내년 10월13일부터 17일까지 5일간 대구 EXCO에서 진면목을 드러낸다.

UN이 인정한 에너지기구 세계에너지협의회와 WEC한국위원회가 주최하는 이번 총회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100여개국의 에너지분야 정부 고위관계자, 글로벌 에너지기업 대표, 국제기구 고위관계자 등이 연사나 참석자로 대거 참가한다.

일단, 연사들만 나열해도 대회의 수준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우디 국영회사 아람코의 칼리드 알팔리 회장, UAE 모하메드 빈 다엔 알 하밀리 에너지 장관, 하루히코 쿠로다 아시아 개발은행 총재, 지멘스 에너지 마이클 슈스 대표, 로얄 더치셀의 피터 보저 대표, 도쿄전력 나오미 히로세 사장, 트렌스 캐나다 러셀 컬링 회장, 슈나이더 일렉트릭 장 파스칼 트리꾸아 회장, 줄리아 마르통 르페브르 세계자연보전연맹 사무총장 등 40여명이 현재까지 연사로 참여한다. 세계 각국의 에너지장관, 주요 도시 시장 등도 추후 연사나 참석자로 이름을 올릴 예정이다.

역대 총회의 주요 내빈을 봐도 ‘에너지 올림픽’이라 부를만함을 알 수가 있다.

1995년 동경 총회에서는 나루히토 왕세자 부부, 1998년 휴스턴 총회에는 부시대통령 父子, 2001년 부에노스 아이레스 총회에는 데 라 루아 대통령, 2004년 시드니 총회에는 하워드 수상, 2007년 이태리 총회에는 조르지오 대통령 등이 각각 참석했다.

2013대구세계에너지총회의 캐치 프레이즈는 “Securing Tomorrow's Energy Today, 내일의 에너지를 위한 오늘의 행동)이다. 즉 언젠가는 고갈될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지금 당장 무엇을 할 것인가를 세계 각국의 에너지 리더들이 모여 고민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만들어낸 결과물들은 세계 각국의 에너지 정책으로 입안돼 미래 우리 후손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 것이다. 프로그램은 체계적으로 짜여져 있다.

14일에는 환경, 기후변화, 자원고갈, 신재생에너지 등 다양한 이슈들을 에너지 관점에서 조망한 후 미래 에너지에 대한 비전과 시나리오를 협의하게 된다. 15일에는 전날 마련한 비전을 바탕으로 금융지원 방안, 환경보존과 청정에너지 개발을 위한 국가간 협력방안을 모색한다.

16일에는 정책적인 지원방안을 논의한다. 에너지 정책의 3대 과제인 에너지 한계성, 에너지 평등성, 환경오염에 대한 국가적 협의가 이날 예정돼 있다. 선진국과 저개발 국가의 장관급 회담이 이날 열린다. 17일에는 잘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간의 이해관계를 절충해 에너지 문제에 대한 사회 공감대를 형성하는 방안이 논의된다. 세계 주요도시 시장간 회담이 이날 열린다.

이번 총회는 국가적 차원에서 보면 에너지 외교를 강화하고, 한국이 에너지 리더국으로 급부상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업계 차원에서도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세계에너지총회는 1923년 런던에서 발족한 이후, 유럽에서 주로 개최돼 선진국을 중심으로 인지도가 상당히 높다. 그 규모나 명성에 비해 아시아권에서 지명도나 낮은 이유로 볼 수 있다. 총회는 현재 93개국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고, 각 회원국 위원회는 약 3000여개의 기관 및 단체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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