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기자] 대선 등 정치적인 이슈에 묻혀 나로호 재 발사에 대한 관심이 시들어 가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국민들은 나로호 발사 실패에 대한 구체적인 원인규명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재발사가 언제쯤 가능한지 큰 의문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발사 실패 원인과 향후 일정에 대해 의문 없이 언론에 공개해야 할 것이다.

나로호 발사가 2009년과 2010년 두 차례의 실패를 딛고 현재 세 번째 도전 중이다. 2009년 8월에는 발사체가 우주 궤도 진입에 성공했지만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불타 브라질 연안에 떨어졌다. 2010년 6월에는 1단 연소 구간에서 비행 중 폭발했다. 이번에는 이륙을 불과 4~5시간 앞두고 발사가 연기됐다. 발목을 잡은 것은 러시아산 링 모양의 고무 실(seal)로 밝혀지면서 러시아와의 나로호 공동 개발에 대한 여러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헬륨가스 주입 부위 파손이 이유였다. 26일 1,2차 발사 과정에서도 나로호는 다양한 이유로 발사 예정일과 예정 시각이 수차례 바뀐 데 이어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함에 따라 나로호 발사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제작한 로켓 1단(하단)부 조사에 우리나라 기술진이 전혀 참여할 수 없는 것인지, 왜 애초에 공동 개발 파트너로 러시아를 택했는지 등과 러시아와의 공동 발사 과정에서의 계약 관련 문제는 없었는지 점검해야 할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나로호 재 발사는 23일 경으로 잡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함이 생겼던 나로호 부품이 15일 경 국내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따라서 점검 기간을 고려할 때 나로호 재발사는 23일쯤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비자 문제로 귀국했던 러시아 연구진도 14일과 15일 이틀 동안 입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지난 5일 ‘나로호 3차 발사 관리위원회’를 열고, 지난 10월 26일 나로호 3차 발사 운용 과정에서 발생한 이상 현상에 대한 한ㆍ러 양국 연구진이 공동으로 진행한 추가 기술분석 결과를 확인하고, 향후 발사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발사체 내부 헬륨탱크로 헬륨가스를 충전하는 과정에서 나로호 발사체와 어댑터 블록 사이의 기밀유지용 실(seal)이 파손된 것에 대해 한·러 연구진은 ‘실 불량으로 인해 실이 파손돼 결합부의 틈이 발생’한 경우와 ‘결합부의 틈이 발생해 실이 파손’된 경우 등 2가지 시나리오를 중심으로 다각적인 분석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파손된 실에 대한 러시아 현지 분석 결과 기술적 요구조건에 맞게 제작돼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향후 발사에 사용될 어댑터 블록 교체품은 러시아 현지에서 국내로 이송될 예정으로 현재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한·러 연구진은 문제가 생긴 어댑터 블록을 교체한 후 나로호 3차 발사를 재추진하기로 했다.

문제는 국내에서 발사되는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 3차 발사에서도 ‘국내 기술력이 없다’는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것이다. 나로호가 ‘순수 국내 위성’이 아닌 ‘반쪽짜리 위성’이란 불명예스러운 수식어를 가진 것도 나로호의 1단은 러시아에서 만들어 가져온 ‘수입품’이기 때문이다.

우리 기술력으로 만들 수 없기 때문에 1단에 문제가 생겨도 우리 연구진은 어떤 조치도 할 수 없어 러시아의 입만 바라보고 있어야 한다는 점도 답답한 실정이다. 발사체의 핵심인 1단을 러시아에서 성능시험을 거쳐 그대로 들여오다 보니 발사 준비과정에서 드러나는 품질 문제에서 우리 정부와 연구진은 손쓸 방법이 없었다. 이번에 문제가 된 발사체 어댑터 블록도 제조과정에 이어 새로 들여오는 부품의 품질도 러시아의 손에 그대로 맡겨진 셈이다.

정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나로호 발사 실패 원인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규명과 향후 발사성공 로드맵을 정확하게 제시해 실추된 명예를 회복해야 할 것이다. 또, 현 정권이 끝나기 전에 발사 성공을 통해 무리한 업적을 쌓으려 한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시가니 아니다. 철저한 검증을 바탕으로 한 기술력 확보다.

재발사에 성공해 국민들의 아쉬움을 시원하게 날려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 발 더 나아가 하루 빨리 순수 우리 기술을 자력으로 개발해 한국형발사체를 완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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