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두성규

▲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2008년 말 미국 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국내 부동산시장의 본격적인 침체가 지속된 지도 벌써 4년이 경과하고 있다. 대외환경의 변화는 제법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나아지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미국의 금융위기는 유로 존으로 건너가 재정위기로 탈바꿈해 여전히 진행형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가 불러 온 국내 주택가격의 폭락은 한편으론 내 집 마련의 기회를 확대시키는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급격하게 진행된 가격조정으로 부동산 자산의 의존성이 컸던 다수의 주택소유자들에게 절망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언론에서 ‘하우스 푸어’, ‘랜트 푸어’ 등 이른바 ‘푸어’시리즈를 등장시킨 것도 이러한 국내 부동산시장의 격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 국내외 경제침체 상황은 부동산시장에 냉기를 뿌리고 있지만, 최근 주택가격을 둘러싼 ‘바닥론'이 심심찮게 회자되고 있어 관심을 끈다. 향후 부동산시장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는 측에선, 고점 대비 가격 폭락의 기간과 정도가 일반적인 예상보다 큰 폭이었다는 점, 그리고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 비중의 급상승으로 주택매매의 충분한 동기부여가 될 수 있을 정도의 가격 메리트가 생기고 있는 거래환경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비해 비관하는 쪽에선, 국내·외 경제변수들의 움직임이 아직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가계부채 급증 등 국내 경기회복의 장애물이 적지 않다는 점 등을 이유로 주택가격의 추가하락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기도 하다.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줘야 할지 선택은 쉽지 않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이듯, 도무지 종잡을 수 없을 만큼 추락을 거듭하던 국내 부동산시장에도 볕이 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만은 갖게 만드는 것 같다. 하우스 푸어의 근본적 해결이나 가계부채의 부실화 해소, 대선 후보들의 일자리 확대, 체감할 수 있는 경기회복 등 그 어느 것 하나 부동산시장의 안정과 연계돼 있지 않은 사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선주자들은 부동산정책의 근본적 정책방향에 대한 언급은 애써 외면한 채 뜬 구름 잡는 선문답만을 던지고 있어 부동산시장의 침체로 고통 받는 다수의 국민들의 궁금증은 커져만 가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우리 현실이다. 물론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경제적 변수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대선 주자들이 ‘주거복지 지상주의’에만 집중하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아직도 ‘주택 보유’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내비치고 있어 정치집단을 통해 부동산시장의 회복과 장기적 안정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 국내 부동산시장은 경기 침체와 더불어 주택을 중심으로 인구 및 가구의 구조변화 등 커다란 변혁의 격동기에 접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경기회복의 시기적 불확실성과 시장 변화의 방향성에 대한 위험성이 더욱 커지고, 다른 한편으론 정책 방향의 불확실성도 감소되고 있지 않아 부동산시장 내 불안감은 과도하게 증폭되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이 불안감과 불편함을 가지면 정상적인 작동을 기대하기 힘들다. 사람들은 급격한 변화를 경험하는 순간엔 긴장감으로 몸과 마음이 움츠려들기 때문이다. 영국의 고전파 경제학자인 애덤 스미스가 언급한 ‘보이지 않는 손’이 지금까지의 경제 축을 장악해 왔다면 이제는 보이지 않는 불안감과 두려움이 우리 경제 또는 부동산시장의 어깨를 짓누르는 형국이 되고 있는 것이다.

조금만 냉정하게 부동산시장의 안팎을 둘러싼 변수들을 차분하게 짚어보면 앞으로의 미래가 절망이 아닌 긍정적 상황으로 변모될 수 있는 긍정적 지표들도 꽤 있다. 가격과 거래량만을 두고 볼 때 주요 지역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이 2006년 3.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은 보기에 따라 절망적이 아니라 향후 가격 반등에 대한 기대감 상승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가계 소득대비 아파트 매매가격도 가격하락세가 지속되면서 꾸준히 낮아져 2009년 10.31배에서 2012년 6월 기준 8.87배 수준이다. 즉, 수요자들이 자신의 소득 수준에 비해 아파트를 마련하는 데 필요한 부담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 기조로 인한 시중 통화량 증가와 대출부담의 감소로 유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긍정적 변화다.

생각 혹은 인식의 전환은 세계적 기업의 경쟁력마저 좌우하기도 한다. 혁신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스티브 잡스의 사망 이후 애플사의 향후 전망에 우려가 있는 경우에서 보듯, 구성원들의 심리적 측면의 영향력과 반향은 결코 가볍게 볼 게 아니다. 수출전망도 어둡고 경제성장률 전망치마저 거듭 하향 조정되고 있는 상태에서 내년 우리의 경제가 어려움을 딛고 도약할 수 있는 실천적 방법 속에 부동산시장 회복을 위한 거래심리의 회복을 대체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이 있을지 의문이다. 경제민주화와 분배정의, 그리고 일자리 창출을 외치고 있는 모든 후보들의 주장도 가슴에 와 닿는 구체적 해법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비록 동상이몽(同床異夢)이긴 하지만, ‘바닥론’의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는 자체가 부동산시장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의 징표에 다름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것이 긍정적 에너지로 활용될 수 있으려면 막연한 불안감을 떨쳐버리고 시장에서의 긍정적 요소들을 차분하게 챙겨보는 정책당국의 자신감과 긍정적 마인드로의 무장이 먼저 선행돼야 할 듯하다. 이 점이 차기 정부에 거는 부동산시장 내의 기대감이기도 할 것이다. 희망을 놓쳐버린 곳에서는 발전적인 미래를 결코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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