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영미 우리아이지킴이 상임대표

▲ 여영미 우리아이지킴이 상임대표

실반지 하나로 백년가약을 약속하고 물질적으로는 가진 것 없지만 ‘청춘’이라는 가장 큰 재산을 담보로 결혼식을 올리던 청춘남녀의 이야기가 전설이 된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살림집 구하고 혼수품 마련하는 것도 버거운 판에 결혼식조차 제대로 구색 갖추려면 부모세대는 노후준비는 커녕 ‘빚 잔치’할 판이라고 아우성이다.

서울 YMCA가 최근 서울 시내 20곳의 특1급 호텔 결혼식장이 호화결혼식을 조장하는 ‘끼워 팔기’를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울YMCA가 이달초 서울시내 특1급 호텔 21개에 결혼식 견적서를 요청해 분석한 결과 20곳에서 예식을 하기위해서 꽃 장식, 무대연출, 음료 등을 필수 항목으로 선택해야 하는 ‘끼워팔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서울 YMCA에 따르면 20개 호텔에서는 꽃 장식을 필수 항목으로 지정했으며 비용은 350만원~1870만원에 달했으며 꽃장식의 평균가격은 778만 4700원이었다. 평균 금액이 9만 1200원인 식사를 필수항목으로 지정한 호텔은 19개로 나타났고, 16개호텔에서는 와인을 ‘끼워팔기’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13개호텔에서는 165만원~385만원에 달하는 무대연출을 필수항목으로 지정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서울시가 발간한 ‘2012 서울통계연보’에 의하면 2011년 서울에선 하루에 251명이 태어났고, 110명이 사망하였으며, 196쌍이 결혼, 56쌍은 이혼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하루에 6,415명이 이사한다. 하루 196쌍 결혼, 56쌍 이혼은 3.5쌍중 한쌍은 이혼하는 셈이다. 이혼에 여러 가지 눈물겨운 사연이 있겠지만 사회적인 분위기도 한몫을 한다.

호화결혼식, 인권침해, 물질만능, 불황 ... 꽃장식의 평균가격이 800여만원에 육박하고 식사 한끼에 10만원이 되는 결혼식은 아무래도 평범한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힘들다. 일부 가진자들이 소리소문없이 해서 사회적으로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굳이 ‘감내나라’하듯이 무엇이라고 할 수 없다.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특1급에 가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위화감 조성으로 호화결혼식 분위기를 선도하여 결혼초년생과 그들의 부모들에게 ‘빚 축제’를 남기고 두고두고 그 빚을 갚아야 하는 어려움과 정신적인 가치보다 보여주기식 물질적인 가치에 중점을 두게 되면 긴 인생살이의 어려움을 헤쳐나가는데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알면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서로 봐주고 했던 관행들이 조금씩 조금씩 살을 붙이면서 비정상적인 규모로 커버렸다. 서울 YMCA의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사 요청이 호화결혼식을 줄이고 분수에 맞는 결혼식을 하고자 하는 청년들이 더욱 당당해지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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