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12월 3일은 UN이 정한 세계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의 재활과 복지 상태 점검, 이해촉진, 장애인이 사람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권리와 보조수단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기념일이다.

이 날을 맞아 세계 각국에서 기념행사가 열린다. 우리나라는 정부가 지정한 장애인의 날(매년 4월 20일)의 인지도가 더 높아 이 날이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는 편이다.

2008년 장애인차별 금지법이 제정돼 4년이 지났다. 차별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질 듯도 한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장애인 관련 인권침해 사례는 줄지 않고 있다.

인권위에 접수된 차별 진정사건 중 '장애로 인한 차별'이 5년 연속 가장 많았다.국가인권위원회 진정상담민원안내 통계를 보면 지난 2001년부터 올해 10월까지 11년간 접수된 진정사건 중 차별행위는 1만371건이었다. 이 중 장애를 이유로 접수된 사건이 5605건으로 전체의 40.8%에 달했다.

진정 건수도 2008년부터 2012년 10월까지 5년간 640건→710건→1649건→875건→1132건에 달했다. 5년 통계 중 4년째 들어 반으로 줄더니 다시 증가추세를 보였다. 차별금지법을 만들고 여러 측면에서 보호정책을 펴도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줄지 않았다는 의미다.

어린 장애아를 둔 엄마의 수기 중 한 구절을 읽어보자.

“세상은 장애를 가진 사람과 그 가족들이 살아가기에 버겁고 가슴 아픈 일이 많습니다. 그렇게 사정사정 하는데도 유치원 졸업식에 참석하지 말아달라는 매몰찬 부탁을 받고 졸업식 전날 아이의 모든 물건을 챙겨들고 집으로 돌아오며 한 없이 한 없이 울었다던 민정 엄마, 특수학교로 전학 가는 게 좋지 않겠냐는 말을 듣고 밤새 울었다던 태혁 엄마, 공개수업에는 미리 알아서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는 동현 엄마, 여행을 가서도 아이얼굴이
떠올라서 채 일정을 마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던 상훈 엄마......“

‘내 아이가 혼자 학교에 갑니다’란 제목의 이 수기는 “내 아이가 혼자학교에 갑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라고 서두를 썼다. 이어 아이의 학교생활에 얽힌 여러 애환을 소개하고 맨 마지막에 “저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입니다. 김 ㅇㅇ선생님 당신이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문장으로 글을 마무리 지었다.

발달장애로 먼 거리에 위치한 특수학교를 다니던 아이 뒷바라지가 너무 힘들어 집 가까운 일반학교로 전학시킨 엄마가 겪은 마음고생과 힘든 뒷바라지..... 아이가 새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선생님과 학우들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사연들이 펼쳐진다.

엄마는 장애아를 정겹게 어루만지고 가르친 선생님의 배려로 인해 어린 것이 엄마도움 안 받고 혼자 학교 가는 모습을 대견해 한다. 선생님 한분의 따뜻한 마음 씀이 자신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로 만들어 주었다고 감격해 하는 모습이 진한 감동을 준다.

한국장애인유권자연맹이 해마다 개최하는 ‘전국장애인과 함께하는 문예글짓기대회‘ 대학-일반부에서 우수작으로 뽑혀 상을 받은 글이다.

응모작품 예비심사를 맡아 750여편 전부를 읽으면서 눈물 흘렸다. 또 책에 싣기 위해 선정된 작품의 원고교정을 보며 여러 차례 눈시울이 뜨거웠던 기억이 새롭다.

장애인 당사자의 얘기는 물론 그 가족들의 사연, 또 장애인들을 직접 상대하고 함께 공부하는 선생님과 학교동료들에 얽힌 사연과 자원봉사를 나가 보고 듣고 느낀 아름다운 내용들이 가식 없이 진솔하게 전달돼 눈물샘을 자극한 탓이리라. 이 글은 수상작으로 선정된 40여편과 함께 ‘장애인 글짓기 모음집 - 사랑의 등대‘란 단행본에 실려 있다.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많은 분들이 이 책을 보고 장애인에 대한 그릇된 인식과 편견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서로 사랑하며 함께 어우르며 사는 분위기조성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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