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관심을 모았던 선관위 주재의 첫 ‘대선후보 TV토론’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일방적 독설극으로 끝나고 말았다는 중평이다. “(李는) 잃을 게 없고, (朴은) 읽을 게 없고, (文은) 낄 데가 없다”는 한 네티즌의 촌평이 그 어떤 정치평론가의 논평보다 핵심을 찌름으로써 시청자들의 공감을 받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이른바 정치 왜곡 현상이 갈 데까지 가고 만 것이다.

앞의 논평대로 이 후보는 미래에 대한 비전이나 통진당의 집권 노력에는 애초에 관심도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이 후보는 후보간 상호토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특유의 새된 소리로 “(박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서 출마했다. 반드시 그렇게 할 것이다”고 쏘아붙였다. 또 이 후보는 질문 답변 과정에서 “됐습니다”라고 무시하듯이 상대방의 말을 자르고, 중간에 끼어들어 “(대통령직 사퇴를) 약속하겠다는 건가?”, “00법은 읽어봤나?”라는 막말을 하면서 안하무인(眼下無人)의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이는 이 나라를 이끌겠다고 국민의 부름을 기다리는 한 정당 대표의 언행으로서는 개탄스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한 정파의 대표로서는 물론 가능성은 낮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할 수도 있는 후보가 스스로 품격과 자존감을 지키지 않는다면,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겠는가?

아무리 법과 제도가 미비하다 할지라도 오늘날까지 우리나라가 민주주의의 궤도에서 이탈하지 않고 한 발 두 발 진전할 수 있던 것은 위대한 인물 누구누구 때문이 아니라 온 국민 인격체가 스스로를 민주 시민이요 자유주의자임을 몸으로 증명해왔기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고, 특히 스스로 진보임을 자처하는 이 후보와 통진당의 자랑이었다.

이 후보에게 묻는다. 입만 벌리면, 민중을 빌려, 인권과 자유와 민주를 금과옥조처럼 떠벌리던 좌익의 철학과 가치는 어디로 귀양 보냈는가? 진보(?)라는 이름을 빌려 진정한 좌파의 이념을 더 이상 욕되게 하지 말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순수한 좌파의 이념을 이미 수용한 자유주의 세상이기 때문이다.

이 나라를 사랑하며, 이 나라의 국민됨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모든 국민에게도 협조를 구하는 바이다. 우리 국민은 민심의 힘으로 독재와 불의라는 불가항력의 장벽을 무너뜨리고 민주와 자유와 정의를 스스로 쟁취하지 않았던가? 법과 제도를 악용하는 행위는 법만으로는 어떠한 제제도 가할 수 없지만, 그 법의 바탕인 도덕과 정의의 힘으로 충분히 제압할 수 있고, 사전에 방지할 수도 있는 도덕적 근거를 가지고 있음을 이미 법 이론이 인정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주체는 오직 국민이기 때문에 국민이 나설 수밖에 없다. 가식이 아닌, 진정한 국민의 힘에 의한 심판이 내려지기를 지켜볼 것이다.

2차대전을 전후한 영국의 뼈아팠던 현실을 되새겨보는 것도 역사의 교훈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소설 ‘1984년’으로 유명한 작가 조지 오웰(1903~1950)은 “당시 영국의 우익은 공산주의에 대한 혐오가 지나쳐 파시즘을 관용했고, 좌파 지식인들은 파시즘에 대한 증오가 넘쳐 스탈린 공산주의에 침묵했다”는 날카로운 기록을 전하고 있다. 실로 70년이라는 시공의 차이가 있지만, 그 분석의 유효함에 전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진보를 가장한 우리나라 얼뜨기 좌파의 자기 혁신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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