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영화는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보고 즐기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만들고 보고 즐기면 된다는 것이 아니다. 불특정 다수가 쉽게 접할 수 있는 만큼 당연히 지켜야할 원칙이 있다.

19일 개봉하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 ‘반창꼬’가 한글파괴 논란에 휩싸였다. 상처 난 자리에 붙이는 ‘반창고’를 일부러 ‘반창꼬’라 표기했다고 들린다.

반창고는 극중 남자주인공을 비롯한 119구조대원들이 바쁜 업무 탓에 웬만한 상처 정도는 병원 치료를 받는 대신 “반창고 하나 붙이면 된다”고 대수롭지 않아하면서 위험한 구조 현장에 다시 투입되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이 과정서 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남·여 주인공이 서로의 상처에 반창고를 붙여주듯 사랑을 엮어가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그런데 이 작품의 상징적인 단어가 한글 맞춤법을 어겨가며 반창꼬로 둔갑한 것이다. 이 제목은 시나리오와 연출을 도맡은 감독이 직접 붙였다고 한다. 작품성이나 어감상 ‘반창고’보다는 ‘반창꼬’가 다정하고 따뜻하게 느껴져 그렇게 부른다는 것이다.

이 영화 제목을 두고 한글운동단체들이 들고 일어났다. 영화제목이 공공 이익과 질서를 어지럽혀서는 안 된다. 가뜩이나 우리 말과 글이 외국 말글과 말투에 밀려 몸살을 앓아 이를 걱정하고 바로잡으려고 애쓰고 있는데 창작자유를 내세워 그 일을 훼방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대중이 자유롭게 접하는 영화가 단순한 재미나 어감 등 이유로 우리말과 글을 파괴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KBS 2TV가 새 수목극을 방송하면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차칸남자’로 제목을 붙인 것에 시민단체들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결국 ‘착한남자’로 바로잡았음을 기억한다. 예술인들과 시민 사회단체가 단어하나 때문에 더 이상 티격태격 하지 말고 순리대로 처리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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