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3차 대선후보 TV토론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사퇴로 ‘이(李) 빠진 자리’를 드러낸 채 직선제 이후 최초로 양당 후보가 토론에 나서는 기록을 세웠다. 그 밖에도 이번 대선은 특이한 양상을 보여왔다.

선거일 한 달 전까지도 야당 후보가 정해지지 않은 ‘깜깜이 선거’, 단일화 과정에서의 ‘깜짝 사퇴’, 주연보다 조연이 더 돋보이는 ‘후보 존재감 부재’ 등 일일이 다 말할 수 없는 지경이다. 게다가 이전보다 덜하다고는 하지만 여전한 ‘흙탕물 선거판’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무엇보다 지역, 이념, 세대, 빈부를 가르는 자기파괴적 ‘편가름 현상’이 봉합 불능의 상태로 치닫고 있음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입으로는 선거가 민주주의 축제라고 떠들면서 상대 진영을 향한 저주의 굿판을 벌이고 있다.

이대로 가면 설령 누가 당선된다 할지라도 절반에 가까운 반대세력을 어떻게 포용하여 통합과 상생의 국정운영이 가능할 것인지 의심스럽다. 또 다시 지난 15년처럼 반대를 위한 반대로 양 진영이 충돌함으로써 나라가 어지러워질 것은 불을 보듯 빤한 일이다.

‘보수 대 진보’ 편가름을 반성하자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으로 소위 보수와 진보를 편가르는 현상을 타파해야 할 것이다. 보수와 진보라는 용어는 개인이 어떤 사안에 대해 판단할 때 보이는 개인의 성향이지 좌우를 구분하는 이념의 잣대가 아니라는 사실이 왜곡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좌익 정당이 우리의 특수하고 미묘한 현실을 호도하기 위해서 ‘진보’ 또는 ‘진보당’이라는 이름을 빌린 데서 연유하는 것이다.

역사책에서 배웠듯이 좌와 우는 마치 동전의 양면처럼 이념이 완전히 다르다. 절대로 섞일 수 없는 외바라기 가치인 것이다. 그러나 동전의 앞뒷면이 있어야 동전 구실을 하듯이 좌와 우의 이념이 합쳐서 온전한 세상을 떠받들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민주당을 지지하면 진보좌X이고, 새누리당을 지지하면 보수꼴X이라는 공식에서 벗어나야 비로소 양쪽의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 실례로 이번 대선에 임하는 민주당의 정책과 새누리당의 정책과의 차이를 정확하게 집어낼 수 있는가? 만약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천재 아니면 바보일 것이다. 이런 사실을 언론이나 평론가들이 국민에게 정확히 알리지 못하고 방관함으로써 국민의 혼란을 부추기는 현실이 우려스럽다.

특히 젊은이들에게 맹목적인 감성보다는 합리적인 이성적 사고를 할 것을 권하고 싶다. 세상사를 보는 눈은 남녀간의 사랑에 빠진 눈과는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구구한 설명을 들 필요도 없다.

고등학교 시절 철학이나 윤리 교과서에 나오는 법의 여신을 떠올려보면 된다. 법의 여신 디케(Dike)는 눈을 가린 채, 한 손에는 균형을 뜻하는 천칭을, 다른 한 손에는 처벌을 의미하는 칼을 들고 있다. 더 이상의 설명은 군더더기가 될 것이다.

돋보이는 매니페스토 정책중심 선거

무소속 강지원 후보의 주장이 솔깃하게 들린다. 강 후보는 진정한 국민 대통합을 이루기 위한 출마의 변에서 “상대편의 협력 없이는 대통령으로서의 직무수행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각 후보가 공약집을 내면 그 공약을 철저히 검증하는 냉정한 ‘매니페스토 정책중심’ 선거를 제안하고 있다.

강 후보는, “모든 공직 후보자들이 정책을 내놓고 국민들에게 심판을 받으라는 것이다. 그 정책은 실현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꼭 지켜야한다”며, “만일에 후보자들이 내놓은 정책 중에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거나 또는 보나마나 실현하지 않을 것이 뻔하다고 생각되는 공약을 내놓은 후보들. 우리는 떨어뜨려야 한다. 이런 사람들을 낙선시키지 않으면, 우리의 선거문화는 절대로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에 두 후보가 제시한 정책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심정적인 위로는 되겠지만 누구라도 과연 그것이 잘 지켜질지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두 후보는 막판에 다급한 나머지 병역, 노인 연금 등 공약집에 없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는 꼼수를 쓰기도 했다.

또한 강 후보는 현행 헌법상 대통령의 지위를 언급하면서 다른 것보다 “초당적 국정운영의 조정자”에 초점을 맞추었다. 앞서 제기된 지역, 세대, 이념, 빈부에 따른 양 진영의 갈등과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대통령의 역할에 주목한 것이다.

특히 전 세계에서 하나밖에 남지 않은 분단국으로서 반세기가 넘도록 어떠한 처방도 듣지 않는 남북화해와 통일을 위한 제안을 던지고 있다. 강 후보는 통일이라는 민족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민통합위원회’를 구성하여 국민이 합의한 단일한 방안의 대북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하나의 해법을 제시했다.

‘국민통합위원회’가 여러 갈래로 나뉜 국민의 다양한 에너지를 한 곳으로 모으는 역할을 해낸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물론 통일까지도 보장할 수 있는 순기능을 하지 않을까 하고 기대하는 것이다.

강 후보의 주장이 반드시 옳고, 실현 가능한 해법이라고 굳게 믿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건설적이고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대선 여부를 떠나 국민의 진솔한 판단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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