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18대 대선의 열기에 가려 이웃나라 일본의 총선에 관심이 부족했던 같다. 16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일본 재무장’을 주장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294석)이 집권 민주당(57석)의 무기력에 힘입어 압승을 거두었다. 여기에 극우 성향을 보이는 ‘일본유신회(54석)’와 ‘우리모두의 당(18석)’을 합하면 전체 480석 가운데 366석을 확보함으로써 재무장을 위한 개헌이 가능한 의석수의 3분의 2를 넘어섰다.

아베(자민당 총재) 총리 내정자는 선거 후 17일, 기자회견에서 내년 7월 예정인 참의원 선거에서도 개헌 가능한 의석을 확보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따라서 내년 이후의 일본을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과 마찰을 빚은 센카쿠(중국명 다오위다오) 열도, 러시아에 대한 북방도서 반환, 한국과의 독도 영유권 문제 등 극우파의 주장이 먹혀들었다고 분석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핵무기 보유’를 주장하는 이시하라 신타로 전 도쿄도지사가 이끄는 일본유신회도 비례대표 의석에서 40석을 획득해 힘을 보탰다.

한편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강경한 대책을 공약하고 있다. 소위 ‘잃어버린 20년’으로 상징되는 장기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미국의 달러화와 마찬가지로 엔화의 무제한 양적완화(QE)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엔화의 보호와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10년간 200조 엔(약 2500조원)을 찍어낼 계획이다.

이와 같은 엔화 가치 저하 처방은 가뜩이나 불확실한 세계 경제에서 환율전쟁을 촉발함으로써 무역에 의존하는 한국의 원화나 중국의 위안화에 예기치 못한 충격을 가져올 수도 있다.

비록 정당 난립으로 자민당이 압승하기는 했지만, 실제로는 20% 수준의 정당 지지율밖에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불안의 강도는 줄어든다. 아직도 호헌(護憲)을 지지하는 전통적인 평화수호 세력이 건재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현상은 오랜 정치 무관심과 민주당 등 이른바 리버럴 세력에 대한 극단적 불신으로 자민당이 상대적인 덕을 본 셈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방관할 일만은 아니다. 엄격한 요건 때문에 전쟁을 금지한 ‘평화헌법’ 개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일본의 정서가 바뀌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호소야 유이치(細谷雄一) 게이오대학 교수는 요미우리(讀賣)신문 기고를 통해 “현재 일본은 1930년대 대공황기에 기존 정당들이 제대로 정책을 펴지 못한 결과 극좌·극우 정당들이 득세하여 결국 나치즘으로 치닫던 독일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과거사에서 잊을 수 없는 치욕을 경험했던 우리로서는 갈수록 첨예한 대립이 예고된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을 지키기 위해 잠시라도 경계의 끈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정치적인 입지만을 노려 과거로의 회기를 부추기려는 아베 정권에 대해서도 강력한 경고의 신호를 보내야만 한다. 평화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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