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선거 때면 수많은 공약이 쏟아지곤 한다. 이번 대선도 예외가 아니었다. 박근혜 당선자는 민생만은 확실하게 챙기겠다고 다짐했다.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전국을 돌며 수많은 군중 앞에서 수십 번 아니 수백 번 이 말을 되내었을 것이다.

국민들은 정치가들의 약속을 믿지 않는다. 속고 또 속으면서 살아 왔기 때문이다. 5년 전에도 그랬고, 10년 전에도 그랬다. 5년 단위로 정치인들의 헛소리를 듣고 또 속기를 되풀이 했다. 이번에도 속을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해서 믿어 볼 뿐이다.

그런데 으레 속이는 작전인줄 알면서도 이번만은 믿고 싶은 게 서민들 마음이다. 그동안 이 남자, 저 남자에게 당했다. 근데 이번엔 상대가 여자다. 여자가 남자들 같이 속에 없는 말 함부로 하겠는가 하는 마음이 생긴 것이다.

박 당선자는 이런 말을 했다. 자기는 혼자다. 챙겨야 할 부모나 자식이 없다. 오로지 서민들의 눈물을 닦아 주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그런데도 박 당선자의 이 말을 믿어도 될지, 정말로 믿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지금 우리 주변엔 챙겨야 할 서민들이 너무나 많다. 지하도의 노숙자들, 매섭게 추운 날도 맨바닥에서 버틴다. 어떤 이는 공중화장실 낮은 변기 위에 종이박스를 깔고 밤을 지샌다. 70대할머니가 외손녀를 길에 버렸다. 다섯 살짜리 외손녀라면 하는 짓마다 이쁠 때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그런 아이를 버린 것이다. 아이 부모는 이혼후 어딘가로 떠나버려 혼자 키우다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그랬다는 보도였다.

자식들 버림받고 홀로 사는 노인들도 수없이 많다. 자식들이 한푼도 안보태 준다. 그런데도 부양가족이 있다고 정부마저 외면한다. 단돈 천원 도움받지 못해도 혹시 아이들에게 누가 될가 봐 자식들 없다며 어서 빨리 세상 하직하기만 바라고 사는 분들이 어디 한둘인가?

노인들만 그런게 아니다. 젊은이들은 어떤가 주변을 살펴보면 보통 심각한게 아니다. 버젓이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된다. 정규직이나 계약직은 말할 것도 없다. 알바자리라도 없나 해서 신경 쓰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고 한다. 여유 있는 집 자녀들은 취업에 별로 신경 안쓴다. 좋은 곳 찾아 즐기고 가끔 해외여행이나 다니면 그만이다. 없는 집 아이들이 문제다. 취직이 어렵고 쓸 돈도 없어 하루하루 넘기기가 너무 힘들다고 아우성이다.

또 젊은 부부들은 자녀 키우기가 너무 어렵고...중 장년은 또 어떠고...이런 상황에서 어렵게 살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신용상태가 엉망이 돼버린 서민들이 너무나 많다.

박 당선자가 이런 사람들이 희망을 갖고 새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중산층 70% 재건’이란 구체적인 실천계획을 내세웠다. 총 20대 분야 201개 공약을 담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있는 변화'가 그것이다.

“공약을 준비하며,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실현 가능성이 없다면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신뢰의 정치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것의 실천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으로 정책 하나 하나를 검토하고 치열하게 토론해 공약으로 만들어냈다"고 한다.

박 당선자는 우선‘가계부담 덜기’를 10대 분야 중 최우선 공약으로 제시했다. 부채에 허덕이는 가구가 신용회복 신청과 승인시 빚의 50%를 감면해주고, 기초수급자의 경우엔 최대 70%까지 채무를 줄여주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8조원의 국민행복기금을 설치해 신용회복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약속했다.

국민통합, 정치쇄신, 일자리와 경제민주화, 중산층 재건을 4대 국정 지표로 삼아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강한 의지와 약속 이번만은 꼭 믿고 싶다.

서민들은 큰 것을 원하지 않는다. 옛 선조들은 등 따시고 배부르면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했다. 요즘으로 치면 일자리가 있어 적은 월급이라도 제때 나와 아이들 가르치며 가족이 화목하게 오순도순 사는데 지장이 없으면 된다는 얘기라 생각된다.

박 당선자의 오로지 민생만 챙긴다는 그 약속 꼭 지켜 서민들의 눈물 닦아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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