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유통산업부 기자

 

식품업계 물가인상 타이밍이 정말 ‘기가 막히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절묘하다. 18대 대통령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일제히 오른 것이다. 임기말 정권의 감시가 느슨하고, 새정권이 들어서면 가격인상이 힘들 것이란 판단에서 지금을 호기로 본 것이다.

이번에 가격이 인상된 제품은 그 종류도 다양하다. 두부, 콩나물, 조미료, 밀가루에다 소주에 이르기까지 서민들이 애용 식품이 주를 이룬다. 게다가 가격 인상폭도 적지 않다. 두부, 콩나물은 업체에 따라 7~10%씩 오르고 하이트진로는 소주 출고 가격을 8.2% 인상했다. 동아원도 밀가루 출고가를 평균 8.7% 올렸다.

여기에 더해 지난 여름 태풍과 때 이른 한파 등으로 채소와 과일 등 신선식품 가격까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현재 배추, 무, 대파의 평균소매 가격은 두배 가까이 올라 이번 겨울엔 김장이 아니라 ‘금장’이라는 비유가 나올 정도다.

신선식품은 천재지변에 영향을 받은 터라 어찌할 수 없다 치더라도, 이번에 가격인상을 단행한 일부 업체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막히다. 업계는 너나할 것 없이 원재료 값, 물류비 등이 올라 가격인상이 불가피했지만, 서민물가 안정을 위해 인상폭을 낮췄다고 밝혔다.

그런데 주요 가공식품업체들이 밝힌 경영난 엄살과는 달리 올해초 이들은 대부분 실적을 올린 것으로 분석됐다.

CEO스코어가 24일 밝힌 바에 따르면, 제분업체 등 국내 21개 주요 가공식품업체의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총 1조7171억원으로 작년동기 1조4408억원에 비해 무려 19.2%나 늘었다.

이번에 밀가루값 인상을 단행한 동아원은 작년 29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올 3분기 135억원으로 무려 354.2%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소주값을 올린 하이트진로의 매출도 작년 8943억원에서 올해 1조5295억원으로 71.0%나 올랐다.

정부는 일련의 가공식품 가격인상에 대해 적정가격인지 감시를 강화하고, 담합 등에 따른 부당이득은 없는지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얼마나 약발을 받을 지 의문이다. 결국 기대를 거는 것은 민생경제를 살리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결단이다. 사상 첫 여성대통령의 장바구니 물가관리에 기대를 걸어본다. [일간투데이 김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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