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오늘 18대 대통령 당선인 박근혜 정부를 이끌 인수위원회가 전모를 드러낸다. 치열했던 대선 과정만큼 온 국민의 귀와 눈이 쏠리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박 당선인을 지지했던 51.6%의 유권자와 야권을 지지했던 48%의 유권자는 그들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할 수 있는 인사냐 아니냐에 따라 새 정부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시각의 문제는 누가 당선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반대했던 쪽은 우선 내가 바라던 후보가 아닌데다 내가 바라던 세상이 실현되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바로 인지상정(人之常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못된다. 세상의 인구가 반반의 남녀로 구성되듯이 세상의 절반은 우리이고 나머지는 우리가 아닌 우리와 다른 그들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강강술래, 화합의 DNA

어느 지도자인들, 스스로 나라를 망쳐먹겠다고 악의를 품지 않은 이상, 전체 국민의 의사에 반하는 편향의 정치, 분열의 정치를 추구할 사람은 없다. 더욱이 선거 과정에서 모두가 일시적으로 표출된 이념·세대·계층간 갈등을 치유하겠다고 강력하게 공약하지 않았던가?

워낙 게임을 즐기고 승부를 가리기 좋아하지만, 일단 결과를 보면 흔쾌히 승복하고 그것을 모두의 상승 에너지로 결집할줄 아는 선조의 지혜를 DNA로 간직하고 있는 우리는 우리만의 이 특성을 굳게 믿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윤택한 생활을 위한 부녀자들의 길쌈전쟁, 언제 닥칠지 모르는 외적에 대비한 남자들의 돌팔매전쟁 등이 끝나면 모두 모여 강강술래로 화합을 다지면서 술과 음식을 나누지 않았던가? 자칫 해이해지기 쉬운 평화 공동체의 기강을 건강하게 이끌던 지혜였다.

시대가 바뀌었으니 온 국민의 스포츠로 자리잡은 축구를 예로 들자. 미리 얘기하지만 축구 선수들과 관계자들을 폄하하려는 뜻은 전혀 없다. 2002년 한일월드컵 공동개최가 결정되고 나서 그때만 해도 세계적 수준에 한 발 뒤졌던 우리는 주최국의 체면을 세우기 위해 히딩크라는 외국인 감독을 초빙하는 고육지계(苦肉之計)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지휘봉을 잡고 몇 차례의 외국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연패하면서 ‘5대 영’ 감독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별명을 얻었지만, 그는 우리 대표팀의 체질을 완벽하게 바꾸었고 우리에게 알맞은 기술을 접목시킴으로써 월드컵 4강이라는 성적을 이루었고, 최초로 리더십을 인정받은 유일한 외국인으로서 국민의 사랑을 받게되었다.

그 다음은 굳이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 일단 기초가 단단해진 우리 대표팀은 7회 연속 월드컵 출전국에 이름을 올렸고 외국에서 개최된 월드컵 경기에서 자력으로 16강에 진출했으며, 마침내 런던 올림픽에서 최초로 동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리고 올해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진출을 목전에 두고 최종 예선전을 치를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이 오늘의 우리 현실과 기막히게 오버랩되지 않는가? 국가대표로 26명의 인수위원(위원장, 부위원장 포함)과 감독인 박 당선인이 펼치는 A매치를 연상시킨다.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라는 박 당선인의 부드러우면서도 강인한 리더십과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가 총집합한 인수위원회 팀의 전문성으로 감동적인 경기를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한때 1995년 무렵 우리는 '국민은 1류인데 기업은 2류, 정부는 3류, 정치는 4류'라는 비아냥거림을 감수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러한 자성(自省)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기업은 세계 1류로 성장함으로써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더디지만 정부는 체질을 바꾸기에 노력해왔고 정치 또한 국민을 위하고 섬기는 방향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모든 갈등을 녹이는 “대~한민국”

우리 정치를 바라보는 시각에 비록 온도 차는 있겠지만, 이제 우리는 우리 사회가 계속 전진하느냐 아니면 성장 동력을 잃고 다시 나락으로 추락하느냐 하는 결정적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것이 축구 경기라면 5대 영으로 지든 이기든 마냥 슬퍼하거나 기뻐할 필요가 없다. 그냥 즐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갈 길 바쁜 대한민국 호(號)의 앞날을 결정하는 순간이라면 경우가 다르다. 남북 분단 상황에 더하여 주변 강국의 입김이 날로 거세지는 어려운 국제 환경에서 두 편으로 갈려 서로를 증오하고 헐뜯으며 상처를 남길 여유가 없다. 그것은 공멸의 길이기 때문이다.

입으로만 ‘국민 대통합’을 부르짖으면서 속으로는 나 자신, 내 편만의 이익과 만족을 꾀하는 거짓 선동을 걷어치우고 모두의 행복을 위해 합심할 때다. 한때는 같은 하늘을 이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서로를 미워할 정도였지만, 결국 한 하늘 아래서 살아야 할 가족이자 이웃이 아니던가? 지금부터라도 사고(思考)를 바꿔야만 한다. 생각이 다르고 사는 방식이 다르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일원임을 인정하고 조화롭게 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우리 모두는 그때를 기억한다. 2002년 그 뜨겁던 여름날 16강, 8강, 4강으로 한걸음씩 전진할 때마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외쳤던 “대~한민국”을. 그때만큼은 이념도 세대도 계층도 그 무엇도 모두가 하나 되기에 방해되지 않았다는 것을.

그로부터 10년이 지났다. 과거와는 달리 강산이 열 번이라도 바뀔 수 있는 세월이다. 그러나 아무리 강산이 변하더라도 인심은 바뀌지 않는 법.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오늘에 이른 대한민국 호의 싹을 소중하게 여기며 모두가 합심하여 완전한 대한민국으로 꽃피우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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