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올해 예산은 안보-성장 쪽을 깎고 보건·복지·노동 분야를 대폭 증가 시켰다. 사회가 변화되고 복지 중요성이 커진 탓도 있다. 그보다는 지난 4.11 총선과 대선과정에서 정치권 공약을 반영한 것이 더 큰 이유라 할 것이다.

보건·복지·노동 예산은 총 97조로 지난해에 비해 5조 가까이 늘었다. 국회심의 과정에서 증가폭이 가장 컸다. 복지예산 100조 육박은 총예산 342조의 30%에 가까운 큰 규모다. 이 가운데 박 대통령 당선자가 총선과 대선에서 공약한 이른바 '박근혜 예산'이 상당 부분 반영돼 눈길을 끈다. 무상보육-반값등록금-사병월급-전세자금 지원 등이 대표적이라 할 것이다.

박 당선자의 핵심공약인 0~5세 무상보육, 0~2세 보육료, 0~5세아 양육수당 예산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어린이집 보육교사 수당, 국·공립어린이집과 직장어린이집 확충, 육아 종합지원 센터 건립비용도 추가됐다.

원래 정부제출안은 소득 70%까지 무상보육이고 종일반, 반일반에 따라 차등지원 이었다. 그런데 국회심의 과정에서 종일, 반일 차등 없이 똑같이 무상 지원하겠다고 바꿔버린 것이다. 이른바 소득 상위 30%한테도 공짜선심을 베풀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전체지원을 하더라도 5세부터 시작해 4세, 3세 순으로 내리고 0~2세는 시설보육이 아닌 가정양육을 하도록 했어야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5세이하 보육아동들의 혜택이 큰 반면 양육시설 아동들은 형평성면에서 엄청난 차별을 받았다. 양지의 반대편엔 음지가 있다는 말이 이런 경우에 해당하는 것 같다. 복지예산이 100조에 가깝고 무상보육이 실시된다지만 그늘은 아직도 크기만 하다.

아동양육시설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올해 한끼 급식비는 지난해 1420원에서 1520원으로 조정됐다. 국회가 새해예산안을 다루면서 이 분야 예산을 단돈 100원 올려줬다. 국회의원들이 자기네 잇속 챙기기엔 열을 내면서 불우한 아이들을 보살피는 데는 너무 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아무리 아이들이라 해도 1500원에 한끼를 해결하라니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당초 시설과 시민단체들은 아동양육시설 급식비를 보건복지부가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한 저소득 아동 한끼 급식비인 3500원 수준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보건복지부는 200원 올린 예산안을 편성했고 기획재정부는 여기서 절반을 깍은 것이다. 시설 아동 1만6000여명에게 한끼 3500원짜리 밥을 주기 위해서는 300억이 더 필요하다는 얄팍한 예산타령 때문이었다.

복지정책은 소득에 따른 선별지원이라는 대원칙에 따라 편성되고 집행돼야 한다. 수천억 원에 달하는 국민의 귀중한 혈세가 원칙을 저버리고 공짜선심쓰기 형태로 사용돼서는 절대 안된다.

저소득층 아동 급식비는 아동복지법에 따라 지원되지만 아동양육시설 아동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최저 생계비 기준을 적용받는 시설 수급자로 분류돼 지원된다. 따라서 적용하는 법이 달라 한쪽은 후하게, 다른 한쪽은 푸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잘못된 법적용은 당장 고쳐 시설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100원인상은 그야말로 생색내기의 극치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얄팍한 술수는 앞으로 쓰지 말아야 한다.

복지 100조원 시대가 열리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시설아동들에게 물어봤으면 좋겠다. 아동양육시설 아이들은 3500원짜리 밥 먹을 권리도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들도 이 나라의 장래를 이끌어 갈 일꾼들이다. 잘 키우고 잘 가르칠 의무가 있다. 이런 식으로 팽개쳐도 되는가? 양식 있는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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