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최근 잇달아 발표된 청소년에 관한 두 가지 연구보고가 우리 사회의 심각한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12년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23.4%가 최근 1년 중 자살을 생각해본 적이 있고, 이 가운데 14.4%는 실제 자살을 시도한 경험이 있다고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보고서는 학교에서의 경쟁 심화에 따른 성적 스트레스, 또래간 갈등을 포함한 대인관계 문제, 부모와 의사소통 부재에 따른 가족 갈등, 부모의 이혼 등 여러 가지 상황들을 원인으로 들고 있다.

그러나 원인은 알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는 것이 매우 걱정스럽고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정작 필요한 것은 청소년 스스로 개인과 가정과 사회를 올바르게 인식할 수 있는 눈을 길러주는 도덕 및 윤리 교육이다.

각 개인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존재이며, 인생은 아무리 어렵더라도 살아갈 가치가 있는, 힘들지만 아름다운 과정이라는 사실을 알려줘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왜곡된 교육과정과 성적 위주의 줄세우기 교육으로 조화로운 인성을 기를 수 있는 교육이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서 실종되고 말았다.

교육이 추구하는 근본적인 목표는 지덕체(智德體)의 합일을 통한 조화로운 인격체의 성장인데, 암기식 교육(智)에만 치중하고 사회과 교육, 특히 도덕 및 윤리 과목의 시간 축소 또는 무시 그리고 체육 교육을 황폐화시켰기 때문이다.

초등생마저 ‘10억원이면 감옥에라도 간다’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는 최근 초·중·고교생 각각 2000명을 대상으로 윤리의식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 고등학생 10명 중 4명 이상(44%)이 '10억원이 생긴다면 잘못을 하고 1년 정도 감옥에 들어가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는 결과가 나와 충격을 주고 있다. 중학생은 28%, 심지어 초등학생도 12%나 양심보다는 돈을 택했다.

또 다른 질문에 대한 결과도 이외였다. '남의 물건을 주워서 내가 가져도 괜찮을까?'라는 설문에 고등학생 62%, 중학생 51%, 초등학생 36%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의 윤리 의식은 더 낮게 나타났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주인을 찾아준다거나 경찰서에 맡긴다는 대답이 대다수를 차지한 것과는 매우 달라진 현실이다.

인터넷과 관련된 경우는 더욱 심각한 왜곡 현상을 보였다. "인터넷에서 영화를 불법 다운로드해도 괜찮다"고 대답한 고등학생은 73%, 초등학생은 47%로서 수치상으로는 무의미할 정도로 윤리 의식의 부재를 드러냈다.

연구 책임자인 안종배 한세대 교수는 "예전에는 가정과 학교에서 모두 윤리·도덕 교육이 중시됐지만 이제는 입시와 출세 위주 교육에 함몰된 게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안 교수는 “사회 전반적으로 정직한 사람이 대우받지 못하고 성공하기 힘든 반면 부도덕한 방법을 쓴 사람이 처벌을 받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행세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서 학생들의 의식 속에 물질만능주의, 배금주의가 싹튼 것”이라며 “학생들에게 윤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그동안 학생들의 높은 학력과 학업성취도를 자랑스럽게 생각해왔다. 각종 지표와 국제대회에서 우리 학생들은 늘 세계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그렇지만 교육의 가장 기본인 인성교육을 무시함으로써 급기야는 초등학생마저 “10억원을 준다면 감옥에라도 간다”고 말하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맞게 되었다.

새로 출범하는 박근혜 정부에 대한 사회 각계의 기대와 요구사항은 무척이나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와 경제, 세부적으로는 복지와 일자리만이 다는 아닐 것이다. 각 부처의 업무보고가 이루어지는 이때, 진정으로 나라의 미래를 위해 교육 문제를 정확히 끄집어낼 수 있는 인수위원이 단 한 명이라도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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