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페인트 값 되게 받아냈네

68년도 저물어 가는 12월 2일 오후 세시쯤, 박정희 대통령이 천안공구 및 대전공구를 불시에 방뭉했다. 내무부장관.국방부장관.육군참모창장이 수행했는데, 박대통령은 2군 사령부 청사 준공식(이튿날)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을 떠나온 길이었다.

헬기로 고속도로 건설현장의 상공을 날아가다가 우선 천안공구에 내렸다. 잠시 들른 것이었다. 불과 15분간 머물렀을 따름이다. 현황을 설명하는 한용석 기사에게 몇마디의 질문을 했다.

“애로사항은 없는가?”

“없습니다”

“군파견 감독은 몇 명 나와있나?”
“2명입니다”

“현재의 진도는?”

“64%입니다”

“대공표지가 없는데?”
“몽단이 고개에 2개 있습니다”
맨 마직막 질문인 ‘대공표지’ 운운이 어쩌면 중대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박대통령이 천안을 떠나면서 하사금을 수여했는지의 여부도 확실치는 않다.

왜 이런 사소한 점들을 굳이 지적하느냐 하면, 천안에서 대전으로 온 박대톨영이 이번에는 그곳에서 ‘대공포지’를 확인했고 또한 분명히 금일봉의 하사금을 공구소장에게 전달했기 때문이다.

대전공구 사무소에 대통령 일행의 헬기가 내려앉은 것은 오후 2시 50분, 떠난 것은 3시 3분. 이곳에 머무른 시간은 십분 남짓이다.

전영배 소장이 브리핑을 했는데 많은 질문을 대통령이 했다. 자상한 질문이기도 했다. 그중에 몇가지만 간추리면

“군공구(몽단이) 북쪽은 어느 공구인가?”

“천안공구입니다”

“군공구의 준공은 언제쯤 되는가?”
“12월 10일 경이면 대충 끝나겠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그렇게 될 것 같지 않은데”

“부지런히 시공 하겠습니다”

“직원은 몇 명인가?”
“건설부 직원 20명, 장교 8명, 임시직원 46명, 계 74명입니다”

“허장군(허필은 본부소장)자주 오시나?”
“네, 자주 오십니다”

전소장은 대통령이 주고 간 금일봉을 앞에 놓고 대만족.

“우리사무소의 지붕에 써놓은 대공표지를 보시고 각하께서도 몹시 반가와서 잠시 내렸다 가신 것입니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맞는 말일지도 몰랐다. 대전공구 사무소의 지붕에는 분명히 대공표지가 페인트로 크게 쓰여 있다. ‘서울~부산간 고속도로 대전공구 공사 사무소“라고―.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한마디씩 지껄였다. 그들도 모두 흐뭇했던 것이다.

“페인트값 한번 되게 받아 냈구먼!” 이런 해학도 튀어 나왔다.

대공표지가 돈을 벌어다 주었다고 하는 희한한 소문이 바람을 타자, 다른 공구에서도 이에 질세라 제각기 건물 지붕에다 페인트 표지를 하기 시작했다는 후문인데….

10-(5)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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