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우리나라는 세계 5위의 원자력발전 강국이지만 원전에서 나오는 사용후 핵연료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원전에서 사용한 장갑, 의복 등 저준위 폐기물은 처리시설에 밀봉하여 보관이 가능하다. 그러나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인 사용후 핵연료는 현재 원자력발전소 내 수조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데, 2016년 무렵에는 더 이상 저장할 공간이 없게 된다.

마침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가 가능한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 시험시설인 ‘프라이드(PRIDE)’를 5월 완공한다고 발표했다. 정연호 원자력원구원장은 “일부 공정에서는 미국 시설보다 효율이 15배 이상 높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양팔조작기를 도입해 공정을 효율화했다”며 “파이로프로세싱은 소듐냉각고속로와 연계해 사용후핵연료 문제를 해결하고 원자력발전의 지속가능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미래형 신기술”이라고 소개했다.

한미 양국은 2010년 10월부터 원자력 협정 개정과 관련해 상호협의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미국 측은 원자력협정 개정의 필요성과 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하자는 데는 공감하면서도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는 핵 비확산정책과 핵무기 개발을 하고 있는 북한에 미칠 영향 등을 이유로 완강하게 거부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은 일본과 인도에 대해서는 사용후 핵연료의 재처리를 예외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 일본은 1988년, 인도는 2007년 미국과 체결한 원자력협정을 통해 재처리 권리를 인정받았다. 우리가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려면 미 의회의 동의가 필요하므로 미국 내 여론을 우리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 필요가 있다.

최근 미 의회조사국(CRS)은 보고서에서 한미 원자력협정이 제때 개정되지 않을 경우 아랍에미리트(UAE)에 대한 한국의 원전 수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CRS는 내년 3월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을 개정하려면 올봄까지 의회에 개정안이 제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자력협정 개정은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2기 행정부 간에 시급한 안보현안의 하나로 등장할 예정이다. 핵폐기물 처리 문제가 대선 공약의 하나일 정도로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이기 때문에 한미 양국이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함으로써 발등의 불을 끌 수 있게 되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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