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현 경제부 차장

 

“공장 직포 작업장에서 냄새를 없애려고 가습기에 화장실 막힐 때 넣는 락스 성분 세제를 넣어요.”

지난달 30일 서울 광화문 네거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와 가습기살균제피해자모임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의 사진을 전시하며 피해의 심각성을 환기시킨 바 있다.

이미 수십 명의 산모와 신생아들이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며, 보상 및 재발방지 등을 촉구하는 활동이 끊임없이 전개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충북지역의 한 공장 직원으로부터 제보가 들어와 기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제보자가 근무하는 곳은 10여명 남짓 작업장으로, 옷감을 짜는 곳이다. 습도를 맞추기 위해 가습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지하수를 사용하다보니 가습기 내 이끼가 끼고 냄새가 쾌적하지 않아 ‘00뻥’ 세제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영유아 사망사건의 주범이 된 가습기 세제 사용이 국가적인 문제로 지탄을 받고 있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작은 공장에서도 그 폐해가 벌어지고 있었다니. 그것도 독한 성분의 세제를 쓰다니.

제보자는 “이미 2년여 동안 독한 냄새를 맡아 왔다”며 “다른 사람들은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하지만 자신은 어지럽고, 살이 마르며 기운이 없다”고 말했다. “공장을 그만 두자니 생계가 막연하고, 계속 다니자니 아무래도 몸에 큰 탈이 날 것 같다”고 걱정했다.

이에 기자는 해당 지자체 보건소에 전화를 걸었고, 담당 주무관에게 제보자의 상황을 전했다.

다행히 해당 주무관은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했는지, 그날 오후 해당 공장을 찾아가 관리자를 만났고 가습기 세제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심어주었다.

제보자에게 확인해보니, 공장 측에서는 즉각 세제통을 비우고 작업장을 환기시키는 등 움직임을 보이더라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피해는 비단 산모와 아이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무실, 가정, 공장 등 모든 환경에서 안전불감증에 노출된 사람들이 있는 곳이면 언제든 잘못된 가습기 사용으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살균제가 아닌 세제를 넣는 무지함이 또다른 사업장에서는 일어나질 않길 바란다. 이와 함께 가습기 살균제의 폐해를 알면서도 사죄하거나 보상하지 않는 업주들은 양심 있는 판단을 내리고, 더 늦기 전에 용서를 구하는 것이 옳다는 생각이다. [일간투데이 최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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