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선 정치부 팀장

 
최근 한 절친이 산고 끝에 예쁜 딸 아이를 출산했다. 이미 예정된 출산일을 1주일이나 넘긴 터라 아이의 부모뿐만 아니라 친지들과 지인들 모두 손꼽아 기다려온 예쁜 공주님의 탄생이었다.

아이의 탄생 이후 최대 화두는 작명이었다. 시댁 어르신들은 일찌감치 여러 이름을 후보로 내밀었으나, 요즘 대세인 '글로벌한' 이름을 원하는 아이의 부모는 내심 마뜩찮은 눈치였다. 결국 지인들은 여러 이름을 추천하며 이른바 '복덩이(태명) 작명단'이 구성됐다. 한 번 지은 이름은 평생을 갈 터이니 작명단은 매일 아이 이름 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런 가운데 문득 우리나라 정부 부처는 5년마다 그 이름이 바뀌니 부담이 덜 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5년마다 개명하는 것도 쉽지는 않은 노릇이란 생각이 교차했다.

박근혜 정부 역시 '미래창조과학부'를 신설하는 한편 기존 외교통상부에서 통상교섭 기능을 제외시켜 '외교부'로 변경하는 한편, 국민 안전을 중시하는 정부의 모토에 걸맞게 행정안전부에서 앞뒤만 바꾼 '안전행정부'를 명명했다. 게다가 해양수산부 신설로 국토해양부는 '국토부', 농림수산식품부는 '농림축산부'로 이름을 바꿀 공산이 크다. 부처의 이름을 변경할 경우 CI를 비롯해 공문서, 직원 명함까지 모두 변경하는 데는 수천만원이 든다고 하니, 국민의 세금 낭비란 비난도 만만찮다.

이런 비난을 피하려면 정부 부처들은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국민을 위해 제대로 이름값을 하면 된다. 그런데 새 출범에 앞서 통상기능을 빼앗겨 볼멘 소리가 나오는 외교부부터 이름값보다 '작명'에 연연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박 당선인은 "특히 쇠고기 협상 등은 비전문 부처가 담당하기 어렵다"는 발언을 하며, 외교통상부의 통상 관료들의 무능을 간접적으로 질타했다. 그런데 통상교섭기능을 뺏기게 된 외교부 장관이 '헌법의 골간' 운운하면 맞서고 있는 모양새는 애처로울 정도다. 물론 통상교섭 기능을 다시 과거의 통상산업부의 틀로 회귀하는 것이 맞는지는 신중히 검토를 거쳐야 할 문제다.

그러나 과거 외통부가 제대로 통상교섭 기능을 했다면, 외교통상부는 썰렁하게 외교부로 다시 개명하는 사태를 맞지는 않았을 것임을 반성해야 한다. 다른 부처들도 마찬가지다. 타 부처에서 기능을 빼앗겼다고 아쉬워하는 부처나, 새로운 기능을 얻어 기뻐하는 부처나 이번 '개명'을 부처 역할 '개선'의 기회로 삼아 제 이름값 하는 자성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일간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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