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유통산업부 기자

 

학교에는 오늘도 '빵셔틀'이 수난을 겪고 있다. 교실에서 제법 거리가 먼 매점까지 소위 일진들의 주전부리 심부름을 도맡아 하던 아이들을 일컫는 말이다. 빵셔틀로 대변되는 '학교폭력'의 단면은 힘있는 자들의 패거리문화가 교육현장에도 뿌리 박혀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씁쓸하기 짝이 없다.

비단 이런 패거리문화는 학교 안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골목상권 현장에서 자신들만의 힘있는 패거리문화를 만들며 영세업자를 옥죄던 프랜차이즈업계가 바로 그들이다. 비난이 거세지자 '상생'을 강조하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최근 제빵제과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등 유명브랜드 베이커리 프랜차이즈업체들은 연 2% 성장제한과 함께 반경 500m 내에는 신규점포를 낼 수 없게 되는 등 사실상 출점금지에 따른 가맹활동에 제동이 걸렸다. 해당 업체들은 즉각 반발하며, 현실적으로 동반위의 권고는 실행 불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동반위의 권고를 무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동반위의 이번 결정이 과연 골목상권을 살리는 궁극적 해법인지에 의문이 든다. 사실 따지고보면 프랜차이즈 빵집도 동네 빵집이다. 실제로 대한제과협회 회원 4000여명 중 1500여명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라고 한다. 그러니 동반위의 이번 결정으로 제과협회와 프랜차이즈가맹점주들간의 내분이 커져, 한지붕 가족이 이전투구를 벌이는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가 영악하다는 것이다. 더 맛있고 더 값싸고 할인혜택이 많은 제품에 손이 가기 마련이다. 이로 인해 좀 더 맛있고 차별화된 시스템을 만들려는 기존 빵집 주인들마저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프랜차이즈 빵집을 선택했을 것이다. 동네빵집이었던 ‘리치몬드’ ‘김영모베이커리’ ‘나폴레옹’ 역시 지속적인 혁신과 경쟁력 향상으로 스스로 유명 베이커리로 성장했다.

결국 시장경제는 공급과 수요가 제대로 맞물릴 때 정상화 된다. 누가 억지로 출점을 금지한다고 해서, 맛없는 동네 빵집이 대뜸 동네 일등 빵집이 되지 않는다. 동반위는 제대로 동반성장을 꾀하고 싶다면 강제적인 프랜차이즈 제한보다 업계 스스로 상생 모델 만들기와 열악한 빵집 살리기 지원책에 주력해야 한다. 그것이 동네 빵집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다 결국 소비자 외면을 받게 될 '수난시대'를 막는 길일 것이다. [일간투데이 김보람 기자]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