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운동경기에 패자부활전이 있다. 입시나 국가고시엔 재수, 삼수가 있다. 재수(?)가 없어 한번 또는 그 이상 실패했더라도 다시 소생할 기회를 주자는 의미다. 과거 70~80년대 인기가 높았던 고교야구에서 패자전으로 밀렸다가 올라온 팀이 우승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한번 패배를 마음속에 삭이고 절치부심 끝에 우승기를 거머지고 기뻐하던 모습을 올드 펜들은 기억하실 게다. 재수 또는 삼수를 해서 희망하는 학교에 들어가거나 국가고시에 합격하는 경우도 많다. 인생사에도 실패해서 의기소침한 사람의 등을 두드리며 한번실패는 병가지상사(兵家常事)라 격려한다. 실패는 자주 있는 일이니 너무 신경쓰지 말고 다시 도전하라는 격려의 말이다.

60대독자 한분의 하소연을 들었다. 실패한 인생에도 패자부활전이 있어야한다며 신상얘기를 들려주었다. 듣고 보니 제도상 보완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소개한다.

젊은 날 열심히 살았지만 잘못 꼬여 신용불량자가 됐다. 각고 끝에 법원에 개인회생 신청해서 거의1년 걸려 허락받았다. 어렵사리 붙잡은 기회 기필코 마무리 잘하리라 작정하고 약속대로 실천해 나갔다. 매달 정해진 날짜에 맞춰 20회 가량 잘 불입했다. 그 사이 여의치 못해 제 날짜 못 지켜 더러 밀리긴 했지만 개인회생 의무입금 5년기간 60회 불입 중 3분의1정도 지켰다.

그런 과정에서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아 수입이 끊기게 됐다고 한다. 얼마 되지 않는 국민연금을 받아 회생비용으로 내길 여러 차례 반복했다. 생활비로 써야할 연금을 회생비용으로 충당하니 살림이 말이 아니었다. 나이 60이 넘어 얼마나 떳떳하게 살겠다고 그러냐며 부인의 불평이 대단했다고 한다. 그러나 무려 1년 가까이 변호사사무실과 법원을 오고가며 힘겹게 얻은 회생기회를 도저히 놓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무리를 했지만 결국 너무 힘겨워 다 포기하고 다시 신불처지가 돼 버렸다는 내용이다.

그렇게 2년쯤 지나 며칠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국민들의 제언 등 요망사항이 많이 접수됐다는 소식을 듣고 용기를 내 이런 제안을 했다고 한다.

법원의 개인회생 승인받고 계속 불입하다 불가피한 사정으로 중도에 그만둔 경우라도 포기 직전까지 불입한 것 인정해 주고 남은기간 살려서 이어갈 수 있도록 패자부활기회를 주면 좋겠다는 건의였다. 빌려 쓴 돈 떼먹고 빚쟁이로 인생마감 했다는 말은 듣기 싫어 기회만 준다면 다시 도전해 보겠다는 게 그 이유였다고 한다.

중도포기 했다고 무효라며 처음부터 다시 절차를 밟으라면 도저히 할 형편이 못 된다. 하지만 과거 불입실적 인정하고 이어서 계속불입 하라고 패자부활 기회를 준다면 무슨 일이든지 해서 기필코 회생하겠다는 말을 덧붙이고 마무리했다.

부질없는 짓이다 포기하고 남은인생 그렁저렁 살려다가 인수위원회에 국민제안이 엄청 많았다는 보도를 보고 용기를 내 다시 도전하겠다는 그분의 뜻을 살려주는 길은 없는 것인가. 부인을 포함한 주변에선 70을 바라보면서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새삼스럽게 개인회생 살리려고 발버둥 치느냐며 쓸데없는 짓하지 말라 만류했으리라 짐작이 간다.

신용불량자 중에는 이같이 개인회생 과정 중 여의치 못해 중도에 포기한 사람들도 상당수 있지 않을가 생각된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시절에도 국가와 국민의 공적이며 가장 죽일 놈이라 비난하고 혐오하던 간첩이라도 자수하면 모든 것 도와주어 광명 찾도록 해준 적 많았음을 기억한다.

다시 떳떳하게 살아 보려고 고심하는 개인회생 중도 포기자라면 제도를 개선해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이런 분들을 소생시키는 패자부활제는 정부가 관심만 가져준다면 국가예산을 한푼도 들이지 않고 제도보완만으로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서 건질 수 있는 아주 생산적인 좋은 제도라 할 것이다. 인수위를 포함한 관계당국의이 적극 검토해서 좋은 안이 마련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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