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2일 제3차 지하핵실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하면서 “과거 1·2차 핵실험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해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핵실험을 진행했다”고 선언했다. 이어 “핵실험은 우리 공화국의 합법적인 평화적 위성발사 권리를 난폭하게 침해한 미국의 포악무도한 적대행위에 대처해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실제적 대응조치의 일환으로 진행됐다”며 정당성을 강조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우리나라와 미국, 일본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곧바로 비난성명을 발표하고 유엔 안보리를 통한 제재 논의에 착수했지만 손에 잡히는 해결책을 내기에는 어려워 보인다. 더욱 곤란한 것은 북핵이라는 ‘발등의 불’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의 대응을 바라볼 뿐 우리에게는 마땅한 대응책도 없으며 그에 대한 국론조차 통일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가 자주적 평화적 통일을 염원한다면, 먼저 한반도 평화와 안보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원칙을 바로 세워야 한다. 북한이 실전배치가 가능한 핵무기를 가지는 것이 실질적인 위협임에는 틀림없으나 우리 내부의 평화와 안보에 대한 착각이 그보다 더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그 동안 계속된 북한의 위협에 내성이 생긴데다 ‘우리 민족끼리’라는 교언(巧言)에 속아 설마 같은 민족에게 핵을 들이대겠느냐는 안이한 안보관 때문이라는 진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조선중앙통신의 성명에서 보듯이 북한은 항상 미국의 적대행위로부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핵무기와 미사일을 개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즉 핵과 미사일은 오로지 대미용(對美用)이라는 선전으로 우리의 눈과 귀를 가림으로써 남남(南南) 갈등을 노리는 고도의 전략임을 깨달아야 한다.

김정은이 집권 초기인 지난해 4월 헌법에 ‘핵보유국’이라고 명시한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단기적으로는 군사적 비대칭 우위를 단숨에 확보하고, 중기적으로는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서 주한미군 철수와 미북 평화협상을 주도하여 마지막으로 우리 내부의 분열된 목소리를 이용하여 적화통일의 기회를 잡는 통큰 전략이다. 실제로 통합진보당의 경우 “북한의 3차 핵실험은 대화없는 북미 관계, 파탄난 남북 관계의 안타까운 귀결”이라며 정작 핵실험을 벌인 북한을 비판하지 않고 엉뚱하게도 한국과 미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현실이다.

두 번째는 국제사회의 공조가 가능한가라는 점이다. 한-미-일 협력이 단단한 것 같지만 많은 허점을 드러낸 바 있다. 6자회담 차석대표를 지낸 이용준 주말레이시아 대사는 북핵 협상 20년을 다룬 책 ‘게임의 종말’에서 “한국과 미국의 정책은 우연히도 항상 서로 반대 방향으로 변화되곤 했다”며 한미 양국의 정권 교체와 정책 변화에 따른 ‘엇박자’가 북한 핵개발을 용인하도록 만든 중요한 요소였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핵에 대한 극도의 공포를 가진 일본은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의 핵을 빌미로 자국이 핵무장을 하려는 야욕을 숨기지 않는다.

양대 강국의 하나임을 자처하는 중국의 태도도 어정쩡하기만 하다. 100년 이상의 침체에서 벗어나 대륙 굴기(屈起)를 부르짖는 중국은 대외적으로는 북한의 행동을 비난하지만 내부 사정과 혈맹관계를 핑계로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사실 중국은 여태껏 대규모 대북 지원을 이어온 데다 북한의 핵무기 부품 반입 등 불법행위를 사실상 묵인함으로써 북한의 숨통을 틔워줬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중국 외교부는 이번에도 국제 공조에는 마지못해 동의하면서 관련 당사국끼리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것을 거듭 강조함으로써 골치 아픈 문제에서 한 발을 빼는 듯하다. 북한의 지도부도 이러한 틈새를 지능적으로 이용하여 교묘한 줄타기를 연출하고 있다.

만약 중국이 인도적 차원의 생필품 교역은 유지하되 석유를 비롯한 전략물자의 공급을 중단할 수만 있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된다. 그러나 한-미-일 관계에서도 드러나듯이 국제사회는 자국의 여론과 선거, 의회의 동의 등 고려해야 할 변수가 너무 많다는 점에서 중국도 예외일 수 없다. ‘강 건너 불’을 대하는 국제사회의 한계 때문에 문제 해결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국제사회 모두가 원치 않지만 당사국인 우리만의 냉정한 결단을 내리기가 가능한가라고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현 정부의 한 당국자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정부의 대북 인식이 낭만적이었다는 비판은 불가피해 보인다”며 “현실화된 북한의 핵 위협 국면에 대비한 실질적인 대북 정책 수립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한미 양국은 북한의 실질적인 군사 위협에 동의하고 미사일 협정을 개정해 사정거리를 800km로 연장하기로 합의했다. 또 한국과 미국은 북한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WMD) 탐지부터 타격까지 30분 내 가능하도록 하는 '킬 체인(Kill Chain)'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탐지 과정에서부터 미국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독자적 선제 타격 능력을 갖추려면 수년 이상의 시간과 수조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한편 국회 국방위에서 정승조 합참의장은 “적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명백한 징후가 있다면 선제 타격하겠다. 자위권 차원 문제로 선제 타격은 이제 미국과 협의해야 할 일이 없다”고 단언했다. 국지전이 되든 전면전이 되든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따라야 하는데 과연 우리 국민은 그러한 준비가 되어 있는지 의문이다.

다행히 북한 핵실험 직후 민주통합당은 북한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고 안보 문제에서는 초당적(超黨的) 협조 의지를 밝혔고, 진보정의당 역시 북한 핵실험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할 수 없다는 성명을 내놓음으로써 국민 대통합과 국론 통일에서 진전을 보였다.

그러나 반복되는 핵 위협에 무감각해진 사례도 있다. “북한이 2006, 2009년에도 핵 실험을 했지만 실제 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거나 “체제 안정과 새 돌파구 마련을 위해 핵실험을 한 것 같은데 크게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네티즌이 한둘이 아니다. 심지어 네이버 실시간 검색어에서 북한 핵실험은 2위로 밀리기도 했다. 어느 트위터리언은 “사람들의 관심은 북한 핵 따위가 아니라 (검색어 1위에 오른 화장품 회사) 이니스프리의 반값 할인. 김정은 자존심 상하겠다”라는 조롱투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북한의 핵무기는 이미 ‘발등의 불’이다. 언제까지 ‘강 건너 불’ 보듯이 할 것인가? “내 발등의 불을 꺼야 아비 발등의 불을 끈다”는 속담을 다시 새겨볼 때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