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황당(荒唐)하다는 말이 있다. 어찌할 도리가 없을 정도로 어이없고 터무니 없을 때 사용하는 용어다.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단계축소가 이런 경우에 해당할 것 같다. 전기사용량에 따라 요금이 높아지는 전기요금 누진제가 올해 상반기 중에 개편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전기 사용량에 따라 6단계로 구분된 현재의 누진제를 3~5단계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 한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전기를 적게 쓰는 서민층에게 부담이 된다는 지적이다.

전기요금 누진제는 1974년 서민층을 보호하고 전기소비절약을 유도한다는 취지로 주택용 요금에만 도입된 제도다.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이 올라가는 구조다. 반대로 적게 쓰면 요금부담이 줄어든다.

그런데 왜 소비를 억제할 수 있는 이런 제도를 고쳐 많이 사용하는 층의 부담을 줄이고 적게 쓰는 쪽에 떠넘기려는지 모르겠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올 겨울과 같이 대단한 한파를 겪으면서 전력비상 때문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다시 한번 되 내어 볼 때다. 서민층은 조금이라도 전기를 아끼려고 안간힘을 썼다. 많은 사람들이 실내에서 좀 불편하더라도 두툼한 차림으로 버텼다. 그러나 많이 사용하는 계층에선 그렇지 않았다고 들린다.

국가시책에 적극 협조하는 서민층을 홀대하면 안된다. 인제 아껴봐야 득 되는 게 없더라는 의식이 팽배해지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서민들에게 부담이 돌아가는 누진제 개편이란 탁상공론을 버렸으면 좋겠다. 한전의 수지개선을 위해 필요하다면 산업용 전기요금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기업이익과 비례해서 요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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