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유연미 논설위원] 세계가 너무 복잡해 졌다. 한치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세상의 그 어느 누구도 예측하고 바른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러하기에 지금 세계는 ‘애매모호,’ ‘예측불가능성’ 이라는 회색분자로의 특징적 전환을 인정하고 있다. 좀더 정확하고 분명하도록 하는 현대과학을 자랑스러워하던 인류.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가? 불행히도 그 답을 세계의 패권국가, 미국에서 찾아 볼 수 있다. 2001년 9ㆍ11테러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다. 하지만 그 덕에, 그리고 이도 저도 아닌 기류덕에 분명하게 피워 오르는 불씨는 국제사회의 우경화와 신제국주의 출현이다. 게다가 북한은 이미3차 핵실험을 끝냈다. 그야말로 핵폭탄을 머리에 이고 다니는 우리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에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것일까?

그렇다. 9ㆍ11테러는 세계의 지정학적 지각변동을 요구했고 그 후 미국은 세계제국으로서의 체통을 잃은 채 세계질서에 갈팡질팡했다. 이어서 2008년 금융위기는 많은 유럽 국가들의 도산과 극우화의 바람을 초래했다. 특히 그 위기는 독재정권이든 아니든, 친미였던 몇몇의 아랍 국가들이 무너지는 불씨를 제공하며 더 이상 미국을 믿고 기대기에는 어렵다는 국제사회의 불신의 골이 깊어졌다. 그러기에 세상은 믿을 사람 하나 없고 내 집안 내가 챙기기의 분위기가 조성 되었던 것이다.

미국은 그동안 ‘힘의 균형전략’으로 세계를 지배했다. 고대 로마제국과 대영제국이 그랬던 것처럼. 대표적인 예가 아랍-이스라엘, 인도-파키스탄, 이란-이라크다. 한동안 세계는 팍스 어메리카나(Pax Americana) 덕으로 큰 별일 없이 평온했다. 하지만 미국은 9ㆍ11이후 오직 테러리즘과의 전쟁 전략에만 몰입하다 축록자불견산(逐鹿者不見山)꼴이 되었고 세상은 어수선해졌다. 큰 그림을 잃은 것이다. ‘힘의 균형전략’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미국의 편파적인 지원으로 과유불급(過猶不及)이 된 이스라엘, 파키스탄과 아프카니스탄 전쟁으로 승기를 잡은 인도, 그리고 이라크 사담후세인 정권의 몰락으로 페르시아만 지역에서 강국으로 등장한 이란. 이제는 아라비아반도가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다. 세계질서판도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슴만 쫓던 미국은 금융위기라는 거대한 산 앞에 다시 한번 처절하게 무릎을 꿇었다. 미국이 기침만 해도 감기에 걸리는 세계의 경제. 그리스를 시작으로 포르투갈, 아일랜드, 스페인 그리고 이탈리아 등의 국가들이 도산이라는 최악의 굴욕을 맛보았다. 동시에 유럽의 많은 나라들의 우익단체들이 요동치고 있다. 그리스의 ‘황금새벽(Golden Dawn),’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붐,’ 핀란드의 ‘진정한 핀란드인당,’ 프랑스의 ‘국민전선’ 그리고 독일에서의 신나치주의자단체인 ‘국가사회주의지하당’등의 극우화 바람은 회오리바람이 되고 있다. 지정학적 위험은 허리케인 수준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그저 강 건너 불구경의 상황인가? 아니다. 절대 아니다. 바로 이웃나라 일본. 독도를 비롯 많은 역사적인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일본이다. 그러하기에 우익의 상징, 아베 신조 정권의 출범은 예삿일이 아니다. 아베는 정권 출범 하자마자 고노담화 수정을 발표하였다. 예상했던 일이다. 지금 국제사회의 몰매를 맞고 한발 뒤로 주춤하는 상황이지만, 이는 따가운 시선을 모면하기 위한 하나의 제스처에 불과하다.

또 다른 이웃나라 중국은 어떠한가? 끝없는 영토확장을 시도하는 중국. 밖으로는 베트남ㆍ필리핀과 영유권분쟁을 벌이고, 안으로는 만리장성의 길이를 고무줄 늘이듯이 잡아당기며 영토확장에 혈안이 되어 있다. 1987년 유네스코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때의 장성 길이는 6,300km. 하지만 지금은 자그마치 21,196.18km. 이도 모자라 ‘동북공정(東北工程),’이니 ‘청사공정(淸史工程)’이니 하면서 우리나라 역사의 근간을 흔들고 있다. 이 모두는 팍스 시니카(Pax Sinica)를 이루는 초석들이다. 더욱이 아프리카 대륙에 묻지마 투자하고 있는 중국은 그 수위가 이미 협력 관계를 넘은 ‘신제국주의’와 ‘경제식민지’의 관계이다. 경제적 수단으로 이루어지는 미래의 식민지의 표본이다.

한발 더, 여기에 북한의 3차 핵실험은 우리의 안보에 치명적이다. 아니, 이는 동북아 더 나아가서는 세계의 핵확산방지조약 체제질서 붕괴에 허리케인의 눈이 되고 있다. 그러하기에 국제사회는 긴장하고 있다. 다각도에서 철회 하라고 압박하였지만 북한은 요지부동했다. 그리고 실행했다. 그리고 우리만 몰랐다.

이와 같은 강력한 토네이도의 기류속에서 마키아벨리가 주장하는 군주의 리더십은 어떨까? 우리나라를 위해서 말이다.

“군주는 짐승의 방법을 잘 이용할 줄 알아야 하는데, 그 중에서도 여우와 사자를 모방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사자는 함정에 빠지기 쉽고 여우는 늑대를 물리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함정을 알아차리기 위해서는 여우가 되어야 하고 늑대를 혼내주려면 사자가 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사자의 방식에만 의지하는 자는 이 사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현명한 군주는 신의를 지키는 것이 그에게 불리할 때 그리고 약속을 맺은 이유가 소멸되었을 때, 약속을 지킬 수 없으며 지켜서도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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