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극심한 스모그 속에 일주일의 공식 설 연휴가 끝난 중국에서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한 강경 대응을 주장하는 여론이 꾸준히 일고 있다. 민간 전문가를 포함해 적잖은 관변 학자와 관영 매체까지 가세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16일 동북지역 랴오닝성에 이어 남쪽 광둥성에까지 시위가 확산되었다. 시위 규모가 크지는 않았지만 중국 내 반북(反北) 여론이 공개적으로 표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랴오닝성 선양(瀋陽)의 북한 영사관 앞에 모인 네티즌들은 “북한은 우리 집앞에서 핵실험을 했는데 우리는 문앞에서 시위도 못하느냐”며 접경지대 동북 3성 코앞에서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가 더 강경한 제재를 해야 하며, 중국도 북한에 대한 원조를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날 남방의 광둥성 광저우(廣州) 인민공원에서도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규탄하는 시위가 있었다. 이들은 “북한의 핵실험은 은혜를 원수로 갚는 것”이란 플랜카드 구호에서 ‘은(恩)’자를 강조해 김정은(金正恩) 북한 노동당 제1비서를 겨냥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중국 전역에서는 ‘북한의 슬픈 노래(北韓喪歌)’가 인기를 끌고 있다. 작사가 서눠(西諾)가 개작한 이 노래는 동영상으로 제작돼 인터넷에 오른 뒤 유튜브를 통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영상은 굶주린 북한 어린이들이 형편없는 식사를 손으로 집어먹는 장면과 살찐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등 3대 지도자들을 패러디한 모습 등을 풍자하고 있다.

이 노래는 북한에 대해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중국 정부와 언론에 대해 핵실험과 방사능 오염 가능성을 우려하는 중국 인민의 성난 아우성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인민일보 자매지 환추시보(環球時報)는 17일 사설에서 “중국은 대북 원조를 줄임으로써 핵실험에 반대한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중국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또 중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메이신위(梅新育) 연구원은 이날 환추시보 기고문에서 “북한이 개발한 핵과 미사일은 의외의 변고 상황에서 중국 쪽으로 향할 수도 있다”고 전례없는 주장을 펼쳤다.

한편 신화통신 등 관영 주류 매체들은 반북(反北) 여론 진화에 고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 대응을 두고 중국 고위층 내부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중국의 내부 기류를 충분히 활용하여 중국 측에 유엔 결의안(2087호)에 따라 경제원조와 대북교역 축소를 요구하는 동시에 중국이 북한 지도부에 도발행위 중단과 핵ㆍ미사일 프로그램 포기를 압박할 것을 효과적으로 촉구해야 할 것이다. 실효성 있는 대북 제재 수단의 3분의 2 이상을 가진 중국에 북한의 무력도발이 큰 부담이 될 것임을 끊임없이 경고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