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국보 제1호 숭례문이 다시 살아났다. 복원공사가 거의 끝나 간다. 오는 4월께 좋은 날을 택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올 예정이다. 숭례문은 애초 지난해 말 완공될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난히 춥고 눈이 많았던 일기 탓에 예정보다 약간 늦어졌다고 한다.

화재로 손실된 숭례문을 전통기법과 양식에 따라 원래 모습대로 다시 복구했다는 게 문화재당국의 설명이다. 우여곡절을 거친 숭례문의 복원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케 한다.

외국인과 전문가들로부터 수도 서울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꼽혀온 문화재 숭례문.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6.25 등 전쟁참화 속에서도 600년이란 긴 세월동안 민족의 부침을 보면서 꿋꿋하게 버텨온 우리의 전통 건축물.

이런 귀중한 문화재라 국보1호로 지정하고 보살피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던 게 망나니 같은 후손 한사람의 한순간 그릇된 생각이 모든 것을 앗아갔다. 만백성이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얼마나 안타까와 했던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보물이 한순간의 방심으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국보 1호로 지정했다면 그에 알맞는 보호대책을 세워 화재에 충분히 대비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나라가 위태롭건, 태평성대건, 풍년이건, 흉년이 들건, 전염병이 돌건 그 어떤 돌발 상황에 부딪쳐도 변함없이 한결같이 우리 곁에 있었기에 특별히 지킬 생각을 하지 않았는지 모른다. 그런데도 그냥 존재해 줄 것으로 믿고 큰 신경 안쓴 게 화근이었다. 단 한 사람의 광기가 오랜 전통과 그에 서린 국민정서와 자존심을 송두리째 팽개쳐 버렸다. 숭례문이 복원됐다 해서 2008년 2월 20일 그날 불타는 숭례문을 보면서 발만동동 굴렸던 참담했던 심정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다.

숭례문 복원에는 200억원이 넘는 비용과 5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우리 앞에 복원돼 돌아온 숭례문은 600년 세월을 역사와 함께 의연하게 지켜온 본래의 숭례문이 아니다. 온갖 기교를 동원해 제작된 완벽한 복제품일 뿐이다. 선조들의 얼과 정신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는가?

우리는 선조들이 남겨준 소중한 문화유산을 석조부분만 남긴 채 송두리째 잃어버린 것이다. 후손들에게 정교한 모조품을 물려주려는 염치없는 세대가 돼 버린 것이다. 다만 일제 강점기에 소실된 성곽 연결부를 함께 복원해 진품이 아닌 짝퉁으로 과거의 웅장한 모습을 다시 볼 수 있게 돼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숭례문 복원을 계기로 문화재 보호대책을 다시 철저히 점검해야 할 때다. 전국 곳곳에는 목재로 된 천년고찰을 비롯 화마에 노출된 국보-보물 등 수많은 문화재가 산재해 있다. 대부분이 아무런 통제 없이 일반인이 접근할 수 있는 형편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가까이서 볼 수는 있되 훼손할 수 없도록 완벽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

사후약방문 격으로 허둥대지 말고 미리미리 손을 봐야한다. 사소한 방심으로 한번 불타면 엄청난 예산과 세월을 투자해야 정교한 모조품을 만들 수 있다. 평소에 예산을 좀 늘려 소방설비 투자는 물론 보안요원 증원과 훈련 등 철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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