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민 문화체육부 기자

 

[일간투데이 인상민 기자] 얼마 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주최하는 차세대 젊은 작가들과의 만남에 참석해 함께 식사를 한 일이 있다. 회화, 한국화, 사진, 설치,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을 이끌어 나갈 실력 있는 작가들인 이들에게 미술계 전반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다 마침 결혼에 관해 이야기가 나왔는데 설치미술을 하는 한 작가가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느라 3주 가량 시간을 내야 하는 바람에 작년 계약했던 예술고등학교의 임시 교사직을 그만두게 됐다는 사연을 들려줬다. 이들 작가들 사이에서는 계약직이라도 학교에 자리를 맡게 되면 결혼을 한다는 속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연 예술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결혼을 할 수 있겠느냐며 이를 그만두게 되면서 결혼은 다시 언감생심이 되었다고 하소연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우리나라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여건과 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실시한 2012 문화예술인 실태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 문화예술인들의 배고픈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문학, 미술, 연극 등 10개 분야 전국 2000명의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창작활동으로 월수입 100만원도 벌지 못하는 예술인이 66.5%이고 수입이 전혀 없는 비율도 26.2%에 이른다. 보건복지부가 고시한 2013년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가 154만6399원인 점을 감안하면 예술인 10명 중 6~7명은 가족 부양능력이 없다는 소리다.

작년 한류의 영향력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케이팝(K-pop)은 동남아를 넘어 미국, 유럽, 남미까지 해외공연으로 줄을 이었고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전 세계적인 유행을 가져왔다. 한류의 힘을 느끼는 한해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정부재정 대비 문화재정 비율은 작년 기준 1.14%(3조7194억원)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1.9%에도 못 미친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류의 근본이 되는 문화산업이 힘들게 커가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문화부문공약이 오는 2017년까지 문화재정 2% 달성이다. 이를 통해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와 문화 복지를 넓혀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올 3월 들어 문화부의 예술인 지원사업들이 한창 시작하고 있다. 문화부는 올해 예술인복지 지원사업의 한 부분으로 창작지원에 42억원을 3개 프로그램 1180명에게 지원할 계획이고 취업지원교육으로 5개 프로그램에 58억원 예산을 투입해 2350여 명을 지원한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한류의 뿌리가 되는 문화예술인들이 먹고사는 기본적인 걱정 없이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예술인 창작안전망 구축을 위한 다양한 지원이 모든 문화예술인들에게 혜택이 고루 전달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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