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군 세종취재본부 부장

 

[일간투데이 윤여군 기자] 터키옥에 대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터키옥을 판매하는 보석 상인이 제품에 비해 상당히 낮은 가격에 판매하고 있었으나 좀처럼 팔리지 않았다. 손해를 보더라도 물건을 모두 팔아야겠다는 생각에 점원에게 반값 판매를 하라고 시켰고 뜻대로 모두 판매가 이뤄졌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점원이 반값에 팔라는 지시를 잘못 알고 오히려 2배의 가격에 판매했음에도 3일 만에 모두 팔렸던 것이다.

우리는 “싼게 비지떡”이라는 것에 익숙해져 있으며 그것을 생활하면서 반복적으로 확인하면서 살아왔다. 그래서 좋은 품질은 반드시 고가품을 구입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에 쉽게 빠져들었던 것이다. “비싼 것=품질이 좋은 것”이라는 고정관념은 반복되는 구매경험을 통해 더욱 굳어져 버렸다.

실제로 많은 연구결과가 사람들이 제품의 품질을 비교 판단할 때 이같은 고정관념을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비싼 터키옥이 3일 만에 매진이라는 예기치 못했던 놀라운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진공청소기에 대한 비교 평가 결과를 보면 성능이 우수하지 않은데도 가격은 8배나 비싼 제품들이 많다.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가 많이 사용하고 있는 보급형 진공청소기 8종과 기능이 다양한 고급형 제품 11종, 총 19종을 대상으로 흡입력, 소음, 청소 중 미세먼지 방출량 등 품질 및 구조적·전기적 안전성을 비교 평가했다.

주요 성능(흡입력, 소음) 차이에 가격차는 최대 8배 이상이면서도 비싼 제품의 주요 성능은 우수하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대상 제품 가운데 유일한 중소기업인 에이스 제품은 가격이 10만5천원으로 저렴하면서 흡입력, 소음, 에너지소비효율등급 등 품질 측면에서 고가제품과 같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현재 생산이 중단된 상태이다.

“싼게 비지떡”이란 인식으로 8배나 비싼 제품을 구매했고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우수한 제품은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구매했을 것이다.

진공청소기는 가정 내 보급률이 82%에 달하는 대표적인 생활가전제품이다. 최근에는 강력한 흡입력에 소음이 작고 다양한 기능을 보유한 제품이 출시돼 소비자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하지만, 소비자가 합리적으로 제품을 선택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는 부족한 상황이다. 소비자들은 터키옥처럼 비싼 제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원은 ‘스마트컨슈머’를 통해 진공청소기에 관한 가격 품질 비교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반복되는 구매경험을 통해 형성된 “싼게 비지떡”이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제품의 ‘비교공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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