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의 방한과 함께 한·미가 북한에 대화를 제의한 것은 최근 북한의 도발이 스스로 제어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는 것을 막기 위해 북한이 도발을 멈출 이유와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앞선다. 곧 북한에 일종의 출구(出口)를 제공하려는 전략적 차원이라는 것이다. 또 한국은 6자회담국과 국제사회에 위기 컨트롤 능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13일 두 번째 방문국으로 중국을 방문한 케리 미 국무장관은 “박근혜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나온 내용을 갖고 중국 지도부와 대화할 것”이라며 “우리는 북한과 협상의 방향으로, 긴장 완화의 방향으로 나아갈 준비가 돼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베이징의 중난하이(中南海)에서 케리 국무장관과 만나 “한반도에서 사건을 일으키는 것은 돌로 자기의 발등을 찍는 격”이라고 비유하면서 한반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관련국 모두의 책임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북한 핵을 보는 시선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난 8~9일 개최된 국제핵정책 콘퍼런스에서 미국을 대표한 참석자들은 중국이 실제 핵 능력을 축소하고 있다고 의심하는 반면, 중국 측은 미국의 아시아 중시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북한 핵을 막아야 한다는 원칙적 접점은 공유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핵우산 정책도 철폐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양대국 간의 아시아 주도권을 둔 샅바싸움의 중간에 한국이 끼여있다는 자평이 지배적이다. 미국의 한 전문가는 “미·중 어느 한 편을 들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 한국은 미·중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양쪽 모두에 대해 좋은 친구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결국 미·중의 줄다리기 속에 여전히 제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주변국 역할에 머무를 가능성도 있다. 미국이 한국의 의견을 존중하겠다고 천명한 이번에야 말로 우리는 북한 문제에 관한 한 주역으로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대북전략에서 미·중과 각각 불편한 ‘2인 3각’ 경주를 치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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