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 중학교 때 태어나서 처음 장거리여행을 다녀왔다. 3박4일에 걸친 수학여행이었다. 50년전인 당시는 중3초에 가는 게 상례였다. 8학급 480명중 환자 몇 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참석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전라도 학교인지라 남원-부산-마산-대구-경주-합천-순천을 거쳐 광주까지 영호남을 한바뀌 돌았다. 춘향골부터 시작해서 말로만 듣던 영남의 대도시 두곳을 살펴볼 수 있었다. 수업시간에 배운 신라의 고도 경주시내 곳곳을 방문하고 설명을 자세히 들었다. 해인사, 송광사 등 큰절에 들려 불교문화에 대해 귀동냥도 했다. 주마간산(走馬看山)격으로 잠간씩 스친 여행이지만 갈만한 곳은 대충 돈 여행이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경험을 했고 좋은공부가 됐다. 중학시절을 생각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게 수학여행이다.

## 고등학교 때는 2학년때 수학여행을 갔다. 그해 서울에서 대규모 산업박람회가 열렸다. 군사정부가 국산품을 애용해 산업진흥을 이루자는 뜻에서 펼친 대규모 이벤트였다. 경복궁에서 한달정도 열린 것으로 기억한다. 원래 수학여행은 제주도로 갈 계획이었다. 근데 서울 박람회가 끼어들어 두군데 중 하나를 택해가도록 한 것이다.

그 무렵은 광주서 서울 올라가려면 하루가 걸리던 시절이다. 기왕이면 모처럼 열리는 박람회를 볼겸 서울을 택했다. 지금와 생각하면 고교시절 수학여행은 남는 게 없다. 올 때 갈 때 기차 12시간씩 실컷 타보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구경한 것 뿐이다. 그러나 제주로 간 팀은 장시간 배타고 멀미에 시달렸다. 예기치 못한 태풍 때문에 예정보다 며칠 더 묵으며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그런 것들이 다 추억거리로 남아 40년이 훌떡 더 지난 지금도 동창들 모이면 얘기꺼리가 되곤 한다.

그때 일을 생각하면 서울이 아닌 제주를 갔어야 했다고 후회한다. 그 당시 서울팀은 낮엔 박람회보고 저녁엔 친척들만나고 하면서 완전히 개인플레이가 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단체여행의 맛을 못느꼈다. 반대로 제주로 간 팀은 태풍태문에 예상보다 긴 여행이 되면서 엄청 많은 것을 체득할 수 있었던 것이다.

### 중-고시절 40~50년전 얘기를 왜 하느냐 하면 요즘은 수학여행도 변질돼 가는 거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서다. 서울의 일부학교에서 값비싼 해외 수학여행을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는 보도를 접했다. 나의 경험을 되돌아 보며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학창시절의 값진 수학여행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과거얘기를 하는 것이다.

지난해 수학여행을 다녀온 초·중·고교는 모두 1292에 달했다. 이 중 56개교가 국외 수학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초등학교가 22곳, 고등학교가 34곳이었다. 학생수는 총 1만1399명으로 집계됐다. 국가별로는 중국-동남아-일본-유럽 순이었다. 학생 1인당 경비는 평균 89만원. 유럽이 295만원으로 가장 비쌌다. 동남아 108만-일본 86만-중국 80만 원이 들어갔다는 집계다.

광진구의 한 고교는 3그룹으로 쪼개 75명이 유럽 여행을, 147명은 일본, 269명은 중국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 경우 부담액에 차이가 컸다. 큰 돈을 들여 국외수학여행을 다녀온 학교는 전부 사립학교였다. 학교장의 교육적 목적과 학부모들 의견이 일치돼 해외여행을 추진했다고 들린다. 이 경우 참여를 못하거나 경비부담을 줄이려고 돈 적게 들어가는 지역을 택한 학생들의 마음은 어떤지 헤아려 보았는지 묻고 싶다.

수학여행은 학창시절의 귀중한 체험교육이다. 성인이 된 후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수학여행이다. 며칠 적당히 놀기 위해 떠나는 해외여행이 결코 아니다. 방문지역에 대한 철저한 준비를 하고 교사와 학생이 한마음으로 역사를 탐방하고 그 지역 주민들의 마음도 살펴보는 아주 귀중한 수업의 연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육당국이 소규모 국내 수학여행을 권장하고 있다. 행여 경비부담 때문에 빠지는 학생이 나와서는 안된다. 대상학생 전원이 동참해서 함께 행동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해외여행은 시간 나고 여유 있을 때 가족들과 함께 가면 될 것이다. 지금 우리아이들은 상급학교 입시 때문에 역사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국가와 민족의식이 형성되지 못한 상태다. 이런 처지에 비록 짧은기간 이지만 국내 고적지 단체여행을 통해서나마 역사의 현장을 찾아 선인들의 얼과 정신을 찾고 우리역사를 접하는 게 훨씬 중요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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