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태공 논설위원] 개성공단으로의 출경(出境)이 중단된 지 보름째인 17일 오전 방북 허가를 기다리던 기업 대표단은 “(방북 신청에) 동의할 수 없다”는 북한의 통보에 탄식을 쏟아냈다. 대표단은 쌀·김치·통조림 등 먹을거리와 의약품 등을 차량 3대에 가득 싣고 대기하고 있었다.

조업이 재개되리라는 한가닥 희망으로 공장을 떠나지 못하고 끝까지 남은 우리 근로자 200여명은 라면과 초코파이로 끼니를 때우고 있었다. 심지어 “현지에 김치도 떨어졌고, 직원들이 밥을 지어 냇가에 자란 쑥을 뜯어 반찬을 삼고 있다”는 기막힌 보고도 있었다.

북한의 비합리성과 반인권적 태도를 모르는 바 아니지만 이번에야말로 “떡을 손에 쥐고 있을 것인지 먹을 것인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전 세계의 어느 사전에도 없는 ‘존엄(김정은과 김씨 조선 체제)’을 들먹이며 자국의 인민은 물론 외부의 초빙 손님을 굶기는 처사를 쉬 저지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이런 형국에 저들이 내세우는 ‘평화협정’으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무리들이 있어서 더욱 혼란스럽다. 북한은 한번도 우리와 평화 체제를 논의한다고 얘기한 적 없다. 미국과만 하겠다는 것이다. 과거 월남 패망의 교훈을 돌아보자. 1973년 파리 평화협정은 외교적으로 완벽한 협정이었으나 월남이 망할 때는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집 잃고 나면 외양간이 무슨 소용인가?

항상 지적하지만 우리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강 건너 불이 아니라 발등의 불’임을 인식해야 하고 스스로 해결하려는 적극적 자세만은(현실이 따르지 않으므로) 가져야 한다. 동시에 그야말로 한민족이니까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에 적극 발언해야 한다.

그러면서 긴 호흡으로 꼭 필요한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지금 당장 현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급급할 필요는 없다. 다시 말하자면, 남북 간 갈등은 늘 있어왔기 때문에 당장 북한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 국민의 합의를 모으고 국력을 키우면서 인내하고 잘 관리하면 북한은 변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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