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최원일 논설실장] 가정의 달 5월이 지나가고 있다. 주요 행사가 된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은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 대상이다. 부모로서 챙기고 보듬어야할 아이들이 있는 가정, 자녀로서 모시고 돌봐야할 부모를 둔 가족들에 관한 날이다. 이 날을 맞아 가족들이 모여 선물도 주고 함께 즐기는 좋은 날이다.

그러나 세상에는 마냥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고령에 돌봐줄 이 없는 홀로 사는 분들이 우리주변엔 많다. 독거노인가구가 2012년말현재 118만6800명이다. 재산이라도 좀 있으면 다행이련만 대부분 그런 형편이 못된다. 생활보호대상 또는 기초노령연금 등 정부가 주는 적은 돈으로 겨우 호구지책만 하는 실정이다. 설령 자식이 있어도 도울 형편이 못돼 연락자체를 끊고 살거나 아예 아무도 없는 분들도 많다. 어쨌든 모두 누군가 돌보지 않으면 안되는 처지다. 차라리 5월이 달력에서 지워지고 무슨 무슨 날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한탄을 들어 본적 있는가.

가족이 있다 해도 보살피는 관계가 아닌 원수 같은 자식들도 상당수다. 노부모를 학대하는 중년자녀들 얘기다. 부모학대 1순위는 아들이고 딸이 그다음 순위라는 조사도 있었다. 점차 사회가 노령화되면서 나타나는 노-노 학대는 우리사회가 피할 수 없는 큰 문제다. 노인이 된 자녀가 고령의 부모를 학대하는 사례가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된 노인학대 건수는 2007년과 08년에는 한해 2300건 수준이었다. 09년 2600건, 10년 3000건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3400여건에 달했다. 갈수록 늘어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학대 행위자가 60세 이상인 경우가 크게 증가했다. 2007년부터 5년간은 신고 사례 가운데 20%수준에서 점차 증가세를 보여 지난해에는 30%를 넘어섰다.

자신도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60세이상 노년기에 접어든 자녀가 90세 전후 고령의 부모를 모셔야 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신체적 경제적 어려움에 따른 부양 스트레스가 부모 학대로 나타난다는 분석이다.

자녀가 있어도 보살핌을 주지 못하는 방임학대는 노-노 학대에 비하면 그래도 낳은 편이다. 늙은 부모를 돌보진 못해도 구박은 안하기 때문이다.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자식들이 부모를 외면한다고 탓만 할 수 없는 게 오늘날 우리사회의 현실임을 인정하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

고령화가 더욱 진행할수록 노-노 학대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사회 고유의 미덕인 웃어른에 대한 공경과 효심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라고 한탄만 할 수도 없다. 안타깝지만 인정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학대 행위자를 처벌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결코 아니다. 사회가 각박해지고 살기가 어렵다 보니 어떤 면에선 행위자가 피해자일 수도 있다.

행위자와 피해자를 모두 어우르며 도와야 한다는 관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는 전문가들 지적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런 현상은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계속 늘어나는 노-노 가정에 대한 해결 방안을 우리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풀어 나가야 할 시점이 된 것이다. 정확한 실태파악과 대책마련을 위한 당국의 적극적인 움직임이 있어야 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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