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분석결과‘아스페르길루스 루츄엔시스’로 확인

[일간투데이 최정현 기자] 국내 막걸리 제조에 사용되는 누룩곰팡이가 64년 만에 제 이름을 찾았다.

농촌진흥청(청장 이양호)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국내 막걸리와 일본소주 등의 제조에 쓰이는 누룩곰팡이의 학명이 ‘아스페르길루스 카와치(Aspergillus kawachii)’에서 ‘아스페르길루스 루츄엔시스(Aspergillus luchuensis)’로 바뀌게 됐다고 2일 밝혔다.

입국(쌀알누룩)용 누룩곰팡이는 1949년 일본인 발견자 카와치의 이름을 따서 ‘아스페르길루스 카와치’로 이름 지었으며, 우리나라 전통 누룩과 장류용 메주 등에서도 흔히 발견돼 왔다.

하지만 유전자 분석 결과, 이 곰팡이는 1901년 이미 보고된 ‘아스페르길루스 루츄엔시스’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먼저 보고된 이름을 사용한다는 국제적인 원칙에 따라 이번에 이름이 바뀌게 됐다.

그동안 이 곰팡이는 유럽과 아시아 등 각 나라마다 다르게 불려와 사용에 혼란을 초래해왔는데, 이번에 분류체계가 정비됨으로써 국제적으로 다양하게 쓰이던 학명들이 하나로 통일될 전망이다.

또 이 누룩곰팡이는 인체에 유해한 어떤 독소도 생성하지 않는 안전한 곰팡이임이 입증됐다.

국내 막걸리용 입국균, 일본의 소주제조균, 중국의 보이차균, 태국 커피 분리균, 그리고 유럽 등지에서 수집한 67균주가 생성하는 이차대사 산물을 정밀 분석한 결과, 유해 독소가 발견되지 않았으며 대신 전분 분해력이 뛰어나고 유산을 생성해 발효 시 잡균의 오염을 막아주는 발효에 적합한 균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농촌진흥청이 주도하고 일본의 주류총합연구소, 네덜란드 진균다양성센터와 함께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미국공공과학도서관학술지(PloS ONE)에 5월 28일자로 게재됐다.

농촌진흥청 농업미생물과 홍승범 박사는 “막걸리 입국균, 일본소주 제조균 등 발효산업에서 중요한 누룩곰팡이의 분류체계가 정비되지 않아 종균의 사용과 명명에 혼란이 많았다”라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이들의 분류체계가 정비되고 안전성이 입증돼 산업적 활용이 쉽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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