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송전탑 건설 늦출 여유 없다"…조만간 공사 재개 시사

국회가 경남 밀양 송전선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권고안을 내놓았지만 한국전력공사와 주민간의 대립 양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한전은 권고안을 통해 송전탑 건설의 명분을 쌓았다고 판단했지만 반대 대책위원회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지난 11일 권고안을 통해 한전 측에 주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적극적으로 주민과 소통하라고 권유했다. 국회는 정부에 대해서는 전과 밀양 주민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중재 노력을 펼치라고 주문됐다.

산업위는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원회 측에는 전문가협의체의 의견에 주목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현실적인 고려를 할 것을 권고했다.

전문가협의체는 지난 8일 위원 다수가 밀양 송전선로의 우회송전을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내용을 골자로 한 보고서를 제출했다.

국회 권고안을 두고 한전과 반대 대책위 측은 각자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한전 측은 "국회가 주민 측에 전문가협의체의 의견을 주목하고 대승적인 차원에서 현실적인 고려를 하길 바란다고 권고한 것은 밀양 송전탑 건설을 현실적인 방안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반대 대책위는 국회 권고안이 결코 송전탑 건설을 인정하는 내용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대책위는 "'현실적 고려'와 '대승적 판단'이라는 것은 8년째 표류하는 국책사업에 대한 입법부의 책임감과 갈등해결을 위한 밀양 주민의 진전된 태도를 주문한 것일 뿐 한전을 향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석했다.

이들은 "한전은 이 권고안이 자신의 손을 들어준 것이라는 어처구니 없는 착각에 빠지지 않기 바란다"면서 정부에 사회적 공론화 기구 설치를 거듭 요구하고 있다.

권고안을 해석하는 데 온도 차는 있지만 한전은 더 이상 송전탑 건설을 늦출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5월20일 재개됐던 밀양 송전탑 건설 공사는 국회 중재로 전문가협의체가 구성되면서 9일 만에 중단됐다. 하지만 이제는 국회 권고안이 나온 만큼 공사를 재개할 명분이 생겼다는 판단이다.

윤상직 산업부 장관이 지난 13일 직접 밀양을 방문하는 등 정부도 원활한 송전탑 건설을 위해 힘쓰고 있다.

우선 한전은 주민과 대화를 통해 마지막 설득 작업을 벌일 예정이지만 신고리 3호기의 시운전 계획을 감안해 조만간 공사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 신고리 3호기는 이달 중 시험 운전을 진행한 뒤 올해 말 준공해 상업운전에 돌입할 계획이었지만 원전 부품 납품 비리에 대한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계획보다 7개월 이상 연기될 것으로 예측된다.

한전 관계자는 "신고리 3호기의 준공이 연기된다고 해도 시운전 기간이 통상 6개월인 것을 고려하면 적어도 내년 초에는 송전탑 건설을 마무리해야 한다.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며 조만간 송전탑 건설을 재개할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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