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의 성장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미세공정기술의 한계···차세대 기술 찾는다

2013년 상반기 IT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10.9% 증가한 812.4억불에 이른다.전체 무역수지가 420.0억불 흑자로 수출 및 수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반도체와 휴대폰 등의 선전에 힘입어 호조세를 기록한 것으로 정체중인 국내 수출을 이끌어 가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반도체 및 시스템반도체 수출 동반 증가로 역대 최대 수출액을 달성하고 있다.

이에 반도체의 탄생과 우리나라 반도체산업의 역사를 다시금 조명해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기획 시리즈는 上·中·下 순으로 연재된다. [편집자 주]

[일간투데이 조영만 기자] ◆ 이제는 모바일 메모리 시대

‘모바일화’. 요즘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트렌드(trend)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한 마디이다.

전통적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오던 PC용 메모리의 수요가 감소하고,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같은 모바일 기기용 메모리의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아이서플라이(isuppli)에 따르면, 2010년 약 3억대에 달하던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2년 약 7억대로 증가했으며, 2017년에는 15억 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10년부터 7년간, 연 평균 26%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폭발적인 성장세는, ‘개인 휴대용’이라는 스마트 기기의 특성으로부터 기인한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는, 1인 1기기 소유가 보편적이다. 본인의 휴대전화를 다른 사람과 함께 쓰지는 않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함께 사용하면, 1인이 2대 이상의 기기를 구입 하게 되기도 한다.

반면 PC의 경우에는, 1가정에 1대의 PC를 두고 온 가족이 함께 사용하는 것처럼, 여러 명이 1대의 기기를 공동 소유하는 경우가 많다. 스마트 기기의 구매량이 PC보다 월등히 높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렇듯, 스마트기기의 대중화는 메모리의 수요를 덩달아 증가시킨다.

모바일 메모리 시장의 성장과 동시에, 반도체에 요구되는 특성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전원 연결 없이 배터리에 의존하는 모바일 기기의 특성상 전력 소비량이 낮아야 하고, 휴대성을 위해 크기를 줄여야 하며, 빠른 속도 또한 놓칠 수 없는 조건이다. 일례로 PC에 사용되는 D램인 DDR3의 경우 1.5V의 동작 전력을 소모하는 반면, 모바일용 제품은 LPDDR3는 소모 전력을 1.2V까지 낮추었다. 정보처리 속도의 향상은 물론이다.

이처럼 메모리 반도체 생산 업체들은 저마다 제품의 고성능화 및 다양화를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여, 시장의 요구에 대응하고 있다.

▲ 삼성전자가 양산한 차세대 울트라 노트북용 초고속 PCI Express SSD 모습 (제공=삼성전자)

◆ 미세공정기술의 ‘한계’

미세공정기술이란 반도체 회로의 선폭을 더욱 세밀하게 만드는 기술을 뜻한다. 쉽게 말하면, 반도체를 작게 만드는 기술이다. 칩의 크기를 줄이면, 단위당 원가를 낮춰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된다. 또한 같은 크기의 반도체 패키지에 더 큰 용량을 담을 수 있도록 해 준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까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의 가장 큰 경쟁력은 미세공정기술에 달려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미세공정기술에서 앞선 업체가 시장에서 우위를 누려왔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 미세공정기술의 발전이 한계에 달했다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는 더 세밀한 회로를 디자인하는 것이 어렵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기에는 비용이 막대해 수익구조가 어긋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업체들은 저마다의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반도체 칩에 구멍을 뚫고 전극을 형성하여 여러 개의 칩을 적층함으로써 기존의 제품보다 용량을 늘릴 수 있는 ‘TSV’(Through Silicon Via), 기존 수평 구조의 셀(반도체를 구성하는 최소 단위)을 수직으로 쌓아올려 고용량의 집적도를 구현하는 방법인 ‘3D낸드’가 좋은 예이다. 또한, 신 물질 개발이나 신 공정 도입 등, 다양한 방면으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중이다.

여기에 현재 사용되는 D램과 낸드플래시를 대체할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 중이다. 상변화(Phase Change)에 따른 물질의 특성변화로 데이터를 저장하는 PC램, 자성(Magnetic) 변화에 따른 특성을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M램, 저항(Resist) 변화에 따른 특성을 이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Re램 등이 그것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더해 비휘발성-고속-저전력의 특성을 동시에 갖춘 차세대 메모리들은, 어떤 한 제품이 향후 메모리업계를 주도하기보다는, 분야별 특성에 맞는 제품이 현재의 D램과 낸드플래시를 대체해 나가면서 점진적으로 그 영역이 확대될 전망이다.

◆ 메모리는 아직 ‘성장 중’

이제 메모리반도체 업체들 간의 오랜 치킨게임이 끝나고 업계가 재편되면서, 수급이 균형을 찾고 시장이 안정됐다는 평가가 많다. 살아남은 업체들도 투자를 조절하고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는 분위기다. 이런 이유로,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하지만 메모리 반도체의 성장은 아직 멈추지 않았다.

IT산업이 스마트화 되면서, 메모리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스마트 기기의 다양화는 물론, 개별 기기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이에 따른 메모리의 수요도 함께 늘어나게 됐다. 무선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에 따른 디지털 기기의 모바일화 또한 메모리 산업의 성장 요인이다. 모바일 서비스 증가로 발생되는 네트워크 트래픽 과부하를 막기 위해서는 서버 메모리의 증설이 필요하고, 사용자들 또한 원활한 네트워킹을 위해 더 큰 용량의 단말기를 찾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고도화 또한 더 많은 메모리 수요를 창출한다. 디지털 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콘텐츠 생산자는 고화질-입체영상-다중음향-가상현실 등의 다양한 방식을 활용하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콘텐츠 용량의 증가로 이어진다. 더 많은 메모리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최근 화두로 떠오른 ‘빅데이터(big data)’ 또한 더 많은 메모리 수요를 발생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메모리는 성숙기가 아닌 ‘제 2의 성장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과거보다 더욱 다양한 수요처가 발생하고, 더 많은 용량을 필요로 한다. 이는 세계 메모리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에는 좋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때마침 이루어진 업계 재편으로, 시장 상황은 더욱 안정됐다.

이제 우리나라는 메모리 반도체 강국으로서, 과거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더 큰 도약을 위해 매진해 나갈 시점이다. 미래의 청사진(靑寫眞)은 대한민국 손끝에 달려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