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김준성 기자] 일본이 올림픽 개최 이후 '고도성장기→안정성장기→제로성장기' 순서로 가파른 경제성장률 둔화를 겪었던 것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해 보면 한국경제가 일본식 '제로성장'에 진입할 시기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하나금융그룹 소속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저성장 기조 고착화와 저금리 현상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한.일의 저성장 비교:일본化 경계 필요'를 통해 저성장 패턴이 유사한 한.일간 특성을 감안해 일본식 장기침체를 탈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곽영훈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한.일의 경제성장률 추세가 올림픽 개최 이후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양국 경제가 인구구성 변화와 성장동력 약화시점에 저성장 본격화 등에서 공통적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인구구성 변화 추세 측면에서는 양국 공히 생산가능인구 100명에 대한 아동.노인 비율인 총부양률이 상승하기 시작한 시점에서 저성장이 본격화 하고 있다. 일본이 장기침체 시작시점인 1992년에 총부양률 43.3%를 저점으로 계속 상승, 한국도 저성장 우려가 커진 2012년에 36.8%를 저점으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성장동력 약화시점에 저성장 본격화 측면에서는 제조업 비중 30% 내외에서 서비스업 등으로 성장동력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에서 경제성장률 둔화는 당연한 현상으로 나타난다. 서비스업이 제조업에 비해 경기선도력이 약한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양국간 가장 큰 차이는 자산 디플레이션 발생 여부로 사전 차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곽 연구위원은 "일본식 저성장 핵심원인은 '자산 디플레이션'인 반면 한국에서는 아직 본격화 가능성이 낮지만 향후 자산시장 흐름에 따라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높아질 수도 있기 때문에 사전에 파악하고 억제하는 정책대응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일본식 장기침체 패턴은 자산가격 하락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기대 확산으로 실제 디플레 현상이 지속됐고 이에 당국이 명목금리를 제로수준까지 낮췄으나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이므로 실질금리가 상승해 실물경제활동을 위축, 이는 다시 디플레를 심화시키는 저성장.저물가 악순환을 야기시킨 것이다.

일본식 디플레를 막기 위해서는 주택가격의 장기하락을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곽 연구위원은 "최근 국내에는 장기간 주택가격 하락 기대가 만연하고 있는데 일본식 디플레를 억제하기 위해 우선 이런 기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며 "미.일 부동산 버블 생성과 붕괴, 회복과정을 보면 정책대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은 당국의 강한 개입과 시장에 의한 빠른 조정을 통해 정점대비 30% 정도 가격조정 후 회복세 전환에 성공했다.

반면 일본은 부동산 부실채권 처리 책임을 금융기관에 모두 떠넘긴 결과, 10년 이상 은행 등 금융기관이 기능 부전에 빠져 부동산 등 자산가격이 20년 이상 하락, 경제는 제로성장 또는 마이너스성장에 이르러 결국 '아베노믹스'라는 초강수를 쓴 것이다.

또 부동산 등 자산가격 쏠림현상을 해소할 수 있도록 기초체력을 개선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자산디플레이션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금융시스템과 부동산시장의 안정화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곽 연구위원은 "장기적 주택가격 안정세 유지는 부동산시장은 물론 국내 경제가 저성장에 빠지는 것을 막는다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대출증대와 세제혜택 등의 정책도 필요하지만 보다 장기적 전망에서 주택수급을 안정적으로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산시장에 왜곡을 초래할 수 있는 단기 대책 보다는 기초적 거시경제의 전망을 개선해 부동산시황에 대한 쏠림현상이 해소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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