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투데이 유연미 논설위원] 밤새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한바탕 쏟아졌다. 비가 개인 다음날 오전, 상전벽해(桑田碧海)가 펼쳐진 중국 상하이, 중상층 아파트 단지의 산책로 한구석.

노(老)미화원 아저씨가 앉아 있다. 그는 ‘농민공’(農民工)이다. 아주 자그마한 체구, 빛 바랜 연두색의 유니폼, 그마저도 너무 커 손등을 덥고 있는. 검게 그을린 얼굴에 굵게 패인 주름살들, 뭔지 모를 막이 한 겹 쌓인 듯 힘없는 두 눈동자, 공허하고 무심한 표정, 그저 멍하니 앞을 응시하고 있다. 우연인지, 아님 의도적인지 그가 응시하고 있는 초점은 수십억을 호가하는 주택들, 약 25미터 전방에 있다.

“최상위 부유층이 소득의 방대한 축적을 거머쥔 것이 핵심 문제였다.” ‘불균형의 심화’를 미국 경제 대공황(1929년-1939년)의 주범으로 지목한 메리너 에클스 (Marriner Eccles)의 말이다. 에클스는 1934년 11월부터 1948년 4월까지 미국 연방준비은행 의장을 지냈다. ‘큰 시장 작은 정부’의 ‘자유방임주의’가 막을 내리고 ‘큰 정부 작은 시장’이 핵심인 ‘수정자본주의’로 변화하는 미국자본주의 변혁기에 그의 통찰력은 더욱 빛났다. 그의 통찰은 금융위기로 시작된 2007년 말 미국의 경제 대불황과도 일맥을 함께 한다. 2007년의 ‘부의 양극화’도 1928년처럼 최고치에 달했다. 그 두 해 모두 최상위 부유층 1퍼센트가 전체국민소득의 23퍼센트 이상의 몫을 움켜 쥐었다.

그렇다. 결국 ‘불균형의 심화’는 온 지구를 강타했고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을 요구했다. 바로 자본주의 4.0, 따뜻한 자본주의 출현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경제 민주화’다. 모든 사람에게 균등한 기회와 ‘부의 편중현상을 법으로 완화’ 시켜야 한다는 탐욕의 규제다. 사회주의 냄새가 물씬 난다.

그럼, 사회주의 중국은?

총소득 상위 1퍼센트에게 돌아간 몫이 이미 전체국민소득의 40퍼센트를 넘어섰다. 기업고위직과 농민공(농촌을 떠나 도시에서 일하는 노동자) 의 수입격차는 최대 4500배가 넘는다. 현재 농민공의 숫자는 2억 6000명을 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의 다섯배에 해당하는 숫자다.

더더욱 깊게 패인 양극화. 부익부 빈익빈(富益富貧益貧). 사회주의 창시자, 막스의 가슴을 통곡케 했다. 모든 사람에게 평등한 부와 기회를 제공한다는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부끄럽게 했다. 급기야 중국정부의 국정운영 틀을 원론으로 돌아가게 했다. 성장에서 분배로. 함께 잘살자는 공부론(共富論)의 깃발. 즉 샤오강(小康)사회 완성이라는 깃발이다. 구체적인 기한도 제시하게 했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이 완성의 시기이다. 시진핑의 상징이며 ‘중국의 꿈’이다.

그리고 더 구체적인 실천 계획들을 쏟아 내게 했다. 2015년까지 최저임금 40%로 인상, 부동산 보유세 부과 확대, 개인소득세와 소비세 확대, 상속세 도입 그리고 국유기업 임금 상승 억제와 5% 증세 등이다. 더불어 사회의 분위기는 기업이 사회에 대한 책임, 즉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무브먼트(movement)처럼 일고 있다. 자본주의 냄새가 물씬 난다.

자본주의 정치체제에서는 사회주의,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자본주의 냄새를. 이러한 현상들은 일명 ‘습명’(襲明)의 규칙 때문일까?

현인(賢人)인 노자(老子)는 인간은 자연의 법칙에 따라 행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습명’(襲明)이라 했다. 습명의 규칙들은 다음과 같다.

‘만일 어떤 일을 성취하고 싶으면 그 반대되는 것부터 시작하고, 어떤 것을 보존하고 싶으면 그 안에 반대되는 요소를 인정하고, 강하게 되고 싶으면 약한 듯한 감정으로 시작하여야 하고, 자본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싶으면 어느 정도의 사회주의 요소를 인정해야 한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